오늘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재개되는 북핵 6자회담에 앞두고 어제 우리 대표단과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측의 잇따른 사전접촉 으로 사실상 회담이 시작됐다.

중단된 지 13개월 만에 열리는 회담인 만큼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북측은 벌써부터 대북제재 해제를 선결조건으로 들고나옴으로써 회담이 결코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기대보다 우려(憂慮)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회담은 앞으로 북핵 해결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북의 핵실험 강행과 이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등 회담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졌고,특히 미국이 회담의 교착상태 해소를 위해 과거와는 달리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그만큼 이번 회담의 중요성이 크고 어떤 식으로든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 북핵문제의 돌파구(突破口)를 마련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의 성패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요구하는 핵시설 가동중단,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수용 등 '초기 이행조치'와,체제 안전보장,경제·에너지 지원 등 '상응조치'를 놓고 얼마나 입장 차이를 좁히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폐기 의지가 먼저 입증되지 않으면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이 어려워지게 되어있는 것이다.

북은 이번 회담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 보다 성의있는 자세로 회담에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

확실한 핵폐기 의지 표명(表明)과 가시적인 조치 없이 더 이상 시간끌기식 벼랑끝 전술만 되풀이하다가는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상황만 더욱 악화시킬 뿐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북이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동결 문제 등 6자회담과 직접 관련도 없는 사안을 쟁점으로 들고 나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문제가 회담의 걸림돌이 된다면 오히려 금융제재 해제를 더욱 꼬이는 상황으로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측의 힐 대표가 북의 제재해제 요구에 대해 "북에 달린 문제"라고 되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정부도 6자회담의 궁극적인 목표가 북핵 폐기에 있는 만큼 미국 중국 등과의 공조 강화를 통해 회담의 동력을 유지시켜 나가면서 핵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