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늘 입법예고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곳곳에 기업활동을 제약(制約)할 수 있는 대목들이 적지 않아 걱정스럽다. 정부는 그간의 시장개혁 성과와 시장경제 선진화 테스크포스에서 논의한 결과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쟁촉진을 근간으로 한 선진화된 공정거래법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등 사전적 규제를 최소화했다는 자평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같은 규제는 하루라도 빨리 폐지해야 마땅하다는 점에서 유지한 것 자체가 우선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이를 빌미로 사후적 규제를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내년 말로 만료되는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을 상설화하고 발동범위도 부당내부거래 조사 외에 상호출자 등에 대한 조사로 확대한다는 안을 포함시켰다. 사전적 규제는 사실상 그대로 지속하는 동시에 사후적 규제를 위한 행정편의적 권한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지나치다.

감사원 금감위 국세청 등도 모자라 공정위까지 상설화된 금융정보요구권을 가짐으로써 서로 경쟁적으로 정보요구권을 발동하다 보면 기업활동이 심하게 제약받을 건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이 최근 규제완화 차원에서 관련기관들의 경쟁적 조사 등으로 인한 기업부담을 어떻게 덜어 줄지를 궁리하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유형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가업으로선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공정위는 미국 EU 등도 그렇게 한다고 말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기업들도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성이 있어야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이어선 결코 안된다는 점이다.

인수합병(M&A) 관련 일부 개정안도 문제가 있다. 조인트벤처에 참여하는 회사간의 경쟁제한성을 따지겠다든지 기업결합과 관련해 당사회사외에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도 경쟁제한성을 따져 시정조치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그런 사례다. 자칫 기업간 전략적 협력과 기업성장의 유인만 더욱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적잖은 문제점이 있는 만큼 고쳐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개정이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