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쿄는 송년 분위기로 흥청거리고 있다.

시내 곳곳을 비추는 전광 장식이 작년보다 배 이상 늘어 밤거리가 유난히 화려하다. 고급 백화점은 쇼핑객들로 넘쳐나고 일류 호텔은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찼다.

매년 12월이 되면 비수기로 한산했던 도쿄 인근 골프장도 때아닌 대목을 만났다.

버블(거품) 경기가 꺼지면서 사라졌던 직장인들의 연말 송년 골프 모임이 십수년 만에 재개됐기 때문이다.

원화에 대해 현저하게 싸진 엔화의 매력을 즐기기 위해 한국 골퍼들도 몰려들고 있다.

긴자나 아카사카 등 유흥가도 송년 모임으로 분주하다.

주요 대기업들의 겨울 보너스가 평균 82만엔을 넘어 사상 최고라는 언론 발표가 실감나는 연말이다.

휘황찬란한 주요 도심을 벗어나면 전혀 다른 풍경이다.

서민 주택가나 변두리 지역을 찾아보면 썰렁함이 느껴진다.

재래시장의 자영업자들은 호경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동네 상인들에게 경기가 좋아졌느냐고 물어보면 "작년만도 못한데 호경기라고 떠드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불만을 늘어 놓는다.

일본의 경기 확장기는 이달로 59개월째를 맞아 전후 최장 기록을 경신 중이지만 서민들의 삶은 고달퍼졌다.

찬바람 부는 겨울 도쿄도청 앞 중앙공원 등에서 파란 천막을 치고 사는 노숙자들이 줄지 않았다.

도쿄역이나 신주쿠역 구내도 밤만 되면 노숙자들로 붐빈다.

도쿄시내 노숙자는 공식 통계로 3700명이지만 실제로는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빈부 격차 확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9월 발족한 아베 신조 정권의 지지율이 석달 만에 20%포인트 이상 곤두박질친 것은 서민층의 주머니 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전 세계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승자' 와 '패자'간 격차 확대는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모두가 '부자'가 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