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가 부자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뉴욕 맨해튼에서 잘 나가는 부자는 의사 변호사와 경영컨설턴트 등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받는 헤지펀드 매니저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하면서 이들은 '평범한 부자'로 밀려났다.

이들이 속한 상위 1%부자의 연평균 소득은 94만달러(약 8억8000만원,2004년 기준).이에 비해 상위 0.1%부자는 450만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른바 '초고소득부자(hyper rich)'로 불리는 상위 0.01%(3만여명)의 연평균 소득은 2000만달러에 달한다.

부자도 다같은 부자가 아니다.

이처럼 부자 양극화를 초래한 직업군은 주로 헤지펀드 매니저들이다.

헤지펀드로 돈이 몰리면서 이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수입도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어서다.

세계에서 활동 중인 헤지펀드는 8000여개.여기서 운용 중인 자산은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10조달러에 달하는 뮤추얼펀드에 비해선 작지만 매니저가 챙기는 수수료는 엄청나다.

뮤추얼펀드는 평균 운용자산의 1~2%를 수수료로 받는다.

반면 헤지펀드는 수수료 외에 수익의 20% 이상을 성과보수로 챙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헤지펀드 리서치 등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작년 헤지펀드는 평균 9.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상위 26명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작년에만 평균 3억6300만달러를 벌었다.

2004년에 비해 무려 45%가 늘었다.

이러다보니 이들의 씀씀이도 초고소득 부자답다.

예술품과 요트 보석 초호화주택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SAC캐피털의 스티븐 코헨은 최근 쿠닝의 유화를 사는 데 1억3750만달러를 지출했다.

얼마 전 홍콩의 헤지펀드 매니저 150명이 모인 클럽에서 실시한 기금마련 경매에선 평범한 칵테일 한잔이 30만달러에 낙찰됐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는 최근 호주시드니의 주택을 사는 데 550만달러를 썼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몰려 있는 런던의 메이페어에서는 8000달러 하는 포도주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최근 10여년간 닷컴 붐으로 부를 축적한 거부들이나 '거부의 원조'인 100년 전 록펠러나 카네기처럼 이들이 부자의 세계를 다시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