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연루 혐의는 아니나 현직 총리 최초 `오욕'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집권 노동당의 비밀 정치자금 수수 스캔들과 관련, 런던 다우닝가 총리 집무실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영국에서 현직 총리가 경찰 수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조사는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이뤄졌다고 언론은 전했다.

블레어 총리는 조사 후 곧바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떠났다.

블레어 총리는 그러나 범죄 용의자 조사시 미리 고지하는 `주의(Caution)' 고시 없이 조사에 임했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직접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며, 변호인도 대동하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경찰은 조사에서 블레어 총리가 과연 지난 총선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 정치자금 모금자인 로드 레비와 노동당 사무총장인 매트 카터 등에게 1천400만파운드를 모금하기 위한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승인했는지, 그리고 정치자금 수수 대가로 후원자들에게 귀족 작위를 팔았는지 여부 등 핵심 사안들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어 총리는 이에 뭔가를 숨기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관련 의혹을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브뤼셀에 도착해서는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했다고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주요 영국 언론이 전했다.

블레어 총리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날 이뤄짐에 따라 지난 3월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노동당의 매관매직 의혹 사건이 극적인 전기를 맞게 됐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지난 총선 때 기업인 4명이 수백만파운드의 정치자금을 노동당에 지원하고 귀족 작위를 얻었다고 주장하며 관계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후 런던경찰청 특수수사팀이 사건 수사에 착수해 지난 9개월여 동안 모두 90명 이상을 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로드 레비 등 3명이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에 노동당측은 당시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으며 영국 중앙은행(BOE) 기준금리보다 2% 높은 이자를 쳐주기로 했기 때문에 이는 전적으로 상거래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불법행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제3의 길'을 내세우며 1997년 화려하게 등장, 내년에 집권 11년을 맞는 블레어 총리는 그동안 너무 미국에 기운 나머지 `미국의 푸들'이란 비아냥을 듣기도 했으며, 이번에 다시 경찰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j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