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고검회의실에서 15일 처음 열린 '상법 쟁점사항 조정위원회'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중대표소송 도입이 타당한지 여부와 도입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소송자격을 부여할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선 이중대표소송 도입 찬반 여부를 떠나 지난 10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

상법 쟁점사항 조정위원회는 내년 1월 중 두 차례가량 더 토론회를 갖고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이날 토론회의 쟁점은 이중대표소송제 도입 여부였다.

전경련 등 재계에서 자신이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남의 회사까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법인격을 부인하는 데다 이사책임 부담과 남소로 인해 기업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는 이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기 위해 소송가능한 자회사 범위를 법안이 제시한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50% 이상 보유한 것에서 30%보유 또는 그 이하로 낮춰야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토론회에선 우선 이중대표소송제 도입이 세계적 추세에 거스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기업과 경영진을 상대로 한 과도한 소송증가의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회사경영진의 책임을 완화하는 입법이 추진되는 현상과 정반대로 가는 입법이라는 것.

전삼현 숭실대 법대교수는 "이중대표소송제도는 1950년대 미국 법리를 21세기인 현재 우리나라 법제에 도입하는 것으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부작용만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며 "모회사와 관련 없는 자회사의 주주들을 보호할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회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모회사와 무관한 자회사 주주들은 주식가격 하락이나 자회사 매출 급감 등과 같은 손해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구제수단이 없다는 것.

이와 함께 외국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수단으로 자회사를 걸고 넘어지며 이중대표소송을 남용할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소수주주는 정의롭고,대주주는 악이라는 전제 아래 나온 법안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서강대 법대 왕상한 교수는 "이중대표소송을 도입한다고 치더라도 과연 몇 % 지분을 보유해야 자회사·모회사 간의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성립하는지 불명확하다"며 "미국처럼 종합적으로 법원이 지배관계를 검토해야지 몇 줄의 조문으로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성균관대 법대 임재연 교수는 "주주대표소송은 특정 시민단체에서 주도적으로 권유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 후 "현재 입법예고된 이중대표소송이 문제점이 많은 만큼 모회사에 먼저 대표소송을 하고,모회사 경영진이 이를 거부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중대표소송을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추천으로 참여한 김영희 변호사는 "외국의 기업현실과 한국의 기업현실은 다른 만큼 이중대표소송은 도입돼야 한다"면서 "적법한 경영판단을 한 기업인은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다만 자회사를 사익추구 수단으로 삼는 기업총수들을 처벌하기 위해 원고자격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