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뿌듯했던 潘유엔총장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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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반기문은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을 충성과 분별,양심을 모아 수행하며 유엔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임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14일 오전 11시 20분(현지시간) 유엔본부. 왼손을 유엔헌장에 얹고 오른손을 든 반기문 유엔 차기 사무총장이 침착한 어조로 취임선서를 했다. 192개 유엔 회원국 대표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새 사무총장의 취임을 환영했다. 역사적인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열린 기자회견. 첫 번째 질문자는 "소말리아와 팔레스타인 등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분쟁 해결을 위한 방안이 뭐냐"고 물었다. 두 번째 발언권을 얻은 캐나다 기자는 난데없이 "유엔에는 6개의 공식 언어가 있는데 영어와 프랑스어가 주로 사용된다"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프랑스어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자신도 역시 프랑스어로 질문했다. 이날 취임연설 중 일부를 프랑스어로 하는 등 프랑스어 실력을 뽐낸 반 차기총장이지만 순간 당황했다.
노련한 외교관답게 "모든 언어는 평등하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허를 찔린 셈이 됐다. 이 질문을 한 기자는 자신이 프랑스계 캐나다인이라며 반 총장의 프랑스어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그런 질문을 했다고 동료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어진 질문은 수단문제 해결방안. 그리고 이라크 레바논 북한핵 이란핵 문제 등 국제적 난제해결을 위한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관심을 모은 것은 2차대전중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문제. "최근 유대인 대학살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란의 주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반 총장은 단호한 어조로 "불행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곧바로 이란 기자가 발언권을 얻어 핵무기 보유에 대한 이스라엘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지고 들었다.
이날 취임 기자회견은 유엔의 현주소와 사무총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인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우리에겐 가슴 뿌듯하기 그지 없지만 그 앞에 놓인 과제와 기대는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준 취임의 날이었다. 그의 성공을 빈다.
유엔본부(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14일 오전 11시 20분(현지시간) 유엔본부. 왼손을 유엔헌장에 얹고 오른손을 든 반기문 유엔 차기 사무총장이 침착한 어조로 취임선서를 했다. 192개 유엔 회원국 대표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새 사무총장의 취임을 환영했다. 역사적인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열린 기자회견. 첫 번째 질문자는 "소말리아와 팔레스타인 등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분쟁 해결을 위한 방안이 뭐냐"고 물었다. 두 번째 발언권을 얻은 캐나다 기자는 난데없이 "유엔에는 6개의 공식 언어가 있는데 영어와 프랑스어가 주로 사용된다"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프랑스어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자신도 역시 프랑스어로 질문했다. 이날 취임연설 중 일부를 프랑스어로 하는 등 프랑스어 실력을 뽐낸 반 차기총장이지만 순간 당황했다.
노련한 외교관답게 "모든 언어는 평등하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허를 찔린 셈이 됐다. 이 질문을 한 기자는 자신이 프랑스계 캐나다인이라며 반 총장의 프랑스어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그런 질문을 했다고 동료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어진 질문은 수단문제 해결방안. 그리고 이라크 레바논 북한핵 이란핵 문제 등 국제적 난제해결을 위한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관심을 모은 것은 2차대전중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문제. "최근 유대인 대학살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란의 주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반 총장은 단호한 어조로 "불행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곧바로 이란 기자가 발언권을 얻어 핵무기 보유에 대한 이스라엘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지고 들었다.
이날 취임 기자회견은 유엔의 현주소와 사무총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인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우리에겐 가슴 뿌듯하기 그지 없지만 그 앞에 놓인 과제와 기대는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준 취임의 날이었다. 그의 성공을 빈다.
유엔본부(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