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수요 감소등 탓..추가감산 내년초 연기 시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감산 여부가 주목되기는 하지만 국제 원유시장에서 OPEC 원유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OPEC의 원유 선적이 지난 2년여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험 그룹 로이드가 13일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로이드의 해운 정보를 인용해 지난 10일까지의 한 주간 OPEC의 석유 선적이 하루 평균 2천210만배럴로 지난 2004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로이드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유황 함유량이 많은 중동산 중유(重油)를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여기에 "현재 유럽 기온이 예년보다 높은 것과 미국의 정유 능력이 약화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OPEC 석유 선적이 많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예년같으면 북반구의 연료소비 증가 등 계절적인 요인이 작용해 OPEC 석유 선적이 늘어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OPEC 의장인 에드먼드 다우코르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이날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기자들과 만나 14일 나이지리아에서 열리는 정례 OPEC 각료회담에서 추가감산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관측통들은 OPEC가 즉각적인 추가감산 여부를 놓고 여전히 이견이 조정되지 않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번 회동에서는 내년초 추가 감산을 위한 '준비작업이 합의되지 않겠느냐'고 앞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크레디 아그리콜 산하 에너지시장조사 기관인 칼연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OPEC가 내년 1월말 특별 회동을 재소집키로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P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번 회동에서 하루 30만배럴을 즉각적으로 추가 감산하고 내년초 감산분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내년 2월 1일부터 하루 50만배럴을 줄이는 방안도 옵션으로 제시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OPEC는 지난 10월 긴급 회동해 산유량을 지난 11월 1일자로 하루 12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감산쿼터 할당량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 생산 감축분은 합의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OPEC 일각에서는 1차 감산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감산을 단행할 경우 OPEC의 대외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3일 공개한 세계석유수급 최신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의 수급 전망을 앞서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보고서는 석유 수요가 올해 1.1% 증가한 하루 8천450만배럴, 내년에는 1.7% 늘어 8천59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IEA의 지난달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
보고서는 그러나 미 경제 둔화와 이것이 세계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어떨지가 향후 석유 수급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석유 수요에 대해 IEA는 올해 5.6% 증가할 것이라고 앞서의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앞서 예상된 증가율은 6.2%였다.

중국의 내년 석유 수요는 5.4%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덧붙였다.

원유가격 동향에 대해 유럽의 기온이 예상보다 춥지 않는 등 가격 하락 요소가 있기는 하나 미국의 석유 재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OPEC의 추가감산이 점쳐지는 등 공급위축 변수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유가가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IEA는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