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여자 공수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놀랍게도 주인공은 아시안게임에 2회 연속 나선 '공주님'이다.

UAE의 셰이카 마이타 모하메드 라시드 알 막툼(26) 공주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스포츠클럽 다목적홀에서 열린 2006 도하아시안게임 공수도 쿠미테(대련 부문) 여자 +60㎏급 결승에서 소피아 카스풀라토바(우즈베키스탄)에게 0-5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UAE 공수도 사상 여자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건 마이타가 처음이다.

이번 대회에서 UAE 전체 참가 선수단 중 여성 은메달리스트도 현재까지 마이타가 유일하다.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 UAE 선수단의 기수를 맡기도 했던 공수도 대표팀 주장 마이타는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부통령 겸 총리의 딸이다.

그의 아버지 모하메드 총리는 UAE를 구성하고 있는 7개의 에미리트 중 하나인 두바이의 통치자이자 UAE의 행정수반으로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다.

모하메드 총리는 이날 직접 경기장을 찾아 딸의 경기를 준결승까지 지켜봤다.

마이타의 아시안게임 도전은 2002년 부산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170㎝ 중반대의 훤칠한 키에 또렷한 이목구비로 눈길을 끈 마이타는 부산 대회 때 하루 방값이 240여만 원이나 되는 특급호텔 스위트 룸에 묵으며 본국에서 공수해 온 매트를 호텔 방에 깔고 훈련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첫판에서 공수도 강국 일본의 혼마 에미코에게 3-5로 역전패해 아쉽게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했다.

4년 전 실력 외적인 것으로 주목받았던 마이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최강의 전사들이다.

반드시 메달을 안고 귀국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비록 금빛 메달은 아니었지만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검고 긴 머리를 가지런히 뒤로 넘겨 3단으로 묶고 나온 마이타는 첫 판에서 아브라 압둘사예드(쿠웨이트)를 맞아 3점짜리 상단 발차기를 연달아 성공시키는 등 화끈한 공격으로 7-1 승리를 거뒀다.

마르디아 나수티온(인도네시아)과 준결승에서는 서든데스로 진행되는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이기며 일찌감치 은메달을 확보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완패한 뒤 은메달이 못내 아쉬웠던지 마이타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을 마치고 자국 방송의 인터뷰 요청에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공동취재구역을 빠져 나간 마이타는 선수 출입 통로에서 동료와 포옹하고 인사를 나누다 코끝까지 빨개진 채 눈물을 쏟아 냈다.

한참 후 인터뷰에 응한 마이타는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면서 "은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였다.

많이 배웠고 좋은 경험을 했다.

나의 승리가 아랍 국가들에 큰 용기를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이타는 "나의 아버지도 검은 띠의 공수도 선수다.

그는 훌륭한 지도자이고 스포츠맨이다.

내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셨고 경기 후에는 후회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셨다"고 전했다.

공수도를 하게 된 이유를 묻자 "코치가 '태권도는 다리를 주로 사용하고 킥복싱은 80-90% 손을 쓴다.

하지만 공수도는 반반이다.

그래서 공수도를 하게 되면 다른 스포츠들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하=연합뉴스)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