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불안, 내년이 더 문제다] (上) 日노조간부 "투쟁은 멍청한 짓"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상생의 노사관계를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사실 일본 노사현장에는 노조의 투쟁으로 고생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최근 일본 노사현장을 방문했을 때 만난 일본전기노조연합의 야스히코 오사무라 부중앙집행위원장은 "노동자도 회사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며 "노조가 이념과 투쟁의 덫에 빠지면 결국 그 손해는 노동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협력적 노사관계를 강조하면 어용노조란 비난을 받지 않느냐"는 물음에 "어용과 협력은 다르다.
오히려 투쟁은 머리가 나쁜 노조간부나 하는 멍청한 짓"이라고 맞받아쳤다.
렌고(連合)생활개발연구소(일본 상급노동단체인 렌고의 부설연구소)의 야스오 구보다 전무이사는 "노조가 원하는 게 있으면 사용자도 원하는 게 있다"며 "노조가 30%를 얻기 원하면 사용자의 몫으로 70%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구사항이 100%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의 노동현장과는 딴판이다.
일본에서도 1970년대 중반까지 노조의 파업으로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이때 해결사로 나선 주체가 정부도,사용자도,시민도 아닌 바로 노조간부들이다.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노조간부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투쟁을 자제,노사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도 파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해 파업건수가 100건을 밑돌고 있다.
근로자 1000명당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2002년 기준으로 0.2일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손실일수 90일과 비교하면 파업강도가 어느 정도 약한지 알 수 있다.
일본 노조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나 기업에 돈이 필요하다며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은 당연히 노조기금에서 지출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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