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서울 여의도 팬택계열 본사 분위기는 무거웠다. 점심 시간에는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회사의 앞일을 걱정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연초부터 구조조정으로 임직원 4명 중 1명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은 터라 직원들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어두웠다.

직원들은 '팬택' 로고가 찍힌 베이지색 점퍼를 입고 굳은 표정으로 정문 앞 흡연장소를 왔다갔다 할 뿐이었다. 한 직원은 "우려하던 상황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뭐라 할 말이 없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피했다. 오후에 사진기자들이 사옥 1층 안내데스크 모습을 찍으려고 밀려들자 직원들은 "얼굴이 나오면 안된다"며 피했다. 대부분 회의실은 '회의중'이란 팻말이 걸려 있었다.

박병엽 부회장은 이날 오후 비장한 각오로 회생을 다짐하는 'CEO 메시지'를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경영진은 일터에서 죽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업무에 임할 것임을 약속한다"며 "채권금융기관을 설득해 자율적인 기업개선작업 협약을 이끌어 냈다는 것은 팬택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박 부회장은 "우리 계열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의 문제만 해결한다면 기술력과 기업 경쟁력,기업적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직원은 "워크아웃은 회사를 존속시키며 회생절차를 밟는 편이 나을 때 취하는 조치"라며 "부도와는 달리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