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3환로 변에 있는 중신증권 차오양구 지점.1층 객장에 들어서면 밥 냄새가 코를 찌른다.

칸막이가 쳐지고 단말기가 놓여있는 지정석엔 빈 자리가 없다.

그 옆 깔개 위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으며 대형 전광판을 쳐다보는 투자자들도 즐비하다.

예금을 해약하고 증시로 갈아타는 '직업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중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5년 전 풍경을 다시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은행들의 예금잔액은 전달보다 75억5000만위안(약 9060억원) 줄었다.

예금잔액 감소는 2001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반면 올 들어 10월까지 새로 증시에 뛰어든 중국인은 무려 250만명에 이른다.

자본시장의 급성장은 대륙을 세계 투자은행(IB)들의 블랙홀로 바꿔놓고 있다.


◆투자은행 메이저들의 경연장

지난 10월 내로라하는 세계 투자은행들이 한 금융기관의 기업공개(IPO) 때문에 앞다퉈 '차이나'로 달려갔다.

주인공은 공상은행.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인 219억달러를 상하이와 홍콩증시에서 조달해 세계 IPO역사를 다시 썼다.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등은 돈방석에 앉았다.

IPO 주선만으로 5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109개 해외 점포에서 벌어들인 전체 수익(4억달러)을 크게 웃돈다.

특히 지난 4월 공상은행 지분 5%를 26억달러에 매입한 골드만삭스는 6개월여 만에 39억달러 이상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해외 자본시장 진출도 해외 메이저에 새 비즈니스를 제공한다.

29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중국사회보장기금은 지난달 말 해외 채권 및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10개 외국계 금융기관들과 운용 협약을 체결했다.

알리안츠 UBS 블랙록 인베스코 핌코 등이 차이나달러 운용기관으로 선택됐다.

이들은 차이나달러의 해외금융 시장 진출을 기회로 잡은 메이저들이다.

이처럼 세계 투자은행들이 '만리장성'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중국 자본시장이 몸집을 키우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엘도라도'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덩치 키우는 중국 자본시장

중국 본토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18% 급증했다.

중국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9056억달러로 이미 국내 상장사 시총(7150억달러)을 크게 앞질렀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6%에 이른다.

하지만 70%를 웃도는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전젠(陣建) 하이통증권 국제조사부 차장은 "중국 증시의 체질이 개선된 만큼 올해가 장기 상승의 원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국내외 상장러시로 지난 10월까지 중국증시(홍콩 포함)에서의 기업공개 규모는 영국(405억달러)과 미국(383억달러)보다 많은 43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월가(Wall Street)의 금융 헤게모니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베이징올림픽(2008년)과 상하이 엑스포(2010년) 등 호재성 대형 국제 행사도 즐비하다.

지속적인 위안화 가치 상승과 경제의 고성장 지속도 증시 호재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기업들의 회계 불투명성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최근 중국 증권사에 대한 외국 자본의 지분 참여가 내년 9월까지 일시적으로 금지될 만큼 개방의 불확실성도 문제다.

웡지넝(翁基能) 대만 원부증권 상하이사무소 대표는 "중국은 여전히 정부 규제와 기업의 불투명성이 문제로 남아 있다"며 "하지만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세계 증권사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벤 버냉키' 의장보다 '원자바오' 총리를 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상하이=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