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에서 세 번째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방역당국과 관련 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진정되는가 싶던 AI가 보름 만에 다시 발병한 것은 'AI의 확산'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특히 세 번째 발병 지역이 최초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설정된 반경 10km의 '경계지역',즉 기존 방역선을 벗어난 곳이어서 더욱 그렇다.

세 번째 AI 발병 농장은 지난달 19일 처음 AI가 발병한 익산의 농장으로부터 남쪽으로 18km 떨어진 곳에 있다. 만약 이 농장에서 발견된 고병원성 AI가 첫 번째 익산 농장이나 지난달 28일 감염이 확인된 두 번째 농장에서 옮겨진 것이라면 방역당국의 방역망이 뚫린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세 번째 김제 농가가 철새 분변 등을 통해 첫 번째나 두 번째 농가와 별개로 AI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 농림부는 현재 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추가 확산 여부다. 2003년 첫번째 AI 발병 당시에는 12월10일 충북 음성의 한 닭 농장에서 닭 2만6000마리가 죽은 뒤 다음해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6개 시ㆍ도의 19개 농장에 퍼졌다. 결국 530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고,약 15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사후 역학 조사 결과,당시 AI 바이러스는 대부분 사람이나 분뇨,사료 차량,오염된 난좌(알자리)의 이동에 따라 간접적 기계적으로 전파된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이번에도 방역당국은 AI발병 지역 농장을 드나드는 차량들이 공통적으로 23번 지방도로를 이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도로 주요 지점에 방역통제소를 설치해 소독 등 방역활동을 펼쳤다. 2차로 AI가 발병한 익산시 황등면은 23번 국도를 따라 1차 발생지인 함열읍과 3km 남짓 떨어져 있다. 3차 발생지인 김제시 공덕면은 2차 발생지와 약 23km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방역 활동을 아무리 철저히 하더라도 AI 유입 경로가 근본적으로 철새에 따른 것이라면 내년 2월께 겨울 철새가 돌아갈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