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도하 아시안게임 승마 종목에서 불의의 낙마사고로 숨진 故 김형칠 선수의 빈소는 첫날부터 눈물바다를 이뤘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에 김 선수의 유해가 도착한 것은 10일 오후 8시께.
영정 사진을 든 조카 김균섭(25)씨와 모친 마정례(73)씨를 필두로 유족과 친지, 후배 승마선수 등 수십여명의 운구행렬이 소리내어 울면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 선수의 빈소에는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헌정한 명예 금메달과 노무현 대통령, 한명숙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정ㆍ관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유족과 친지들의 슬픔을 위로할 수는 없었다.

김 선수의 모친 마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아들의 사진을 품에 안고 한 손으로 사진 속 얼굴을 쓰다듬으며 계속 "형칠아"라고 목놓아 울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아들의 대회 출전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 마씨는 "무엇이 그리 급해서 먼저 갔니. 애미는 어떻게 살라고..."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가족들의 부축으로 한참만에 겨우 자리를 옮겼다.

김 선수의 후배와 제자 등 14명은 승마 경기복을 깨끗하게 차려입고 빈소 주위에 한 줄로 정렬해 있었으며 슬픔을 가눌 길이 없는 듯 종종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김 선수에게서 승마를 배웠다는 정예리(29.여) 선수는 "초등학교 때 김 코치(김형칠씨)님 아버지인 김철규 회장님에게 처음 승마를 배웠고 나중에 김 코치님에게도 많이 배웠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도 응원을 가는 등 정말 가족처럼 지냈다.

(김 코치님은) 내게는 삼촌과 같은 분"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정 선수는 "경기 전날에도 전화를 할때 김 코치님이 `금메달을 따서 돌아갈테니 이제는 술이나 같이 마시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다음날 사고 소식을 접하니 믿어지지 않는다.

영정 사진을 봤는데도 아직 꿈만 같다"며 "김 코치님은 예전부터 `난 죽어도 말 위에서 죽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승마에 애정이 넘치는 분이셨다"고 말했다.

첫날 조문객은 유족과 승마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민속씨름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30)씨도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조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김 선수와는 용인대 박사과정 공부를 같이 한 사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