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 차인 김병철씨(34)는 매년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빨간 장미를 줘왔지만 올해는 국화로 바꿔 선물하기로 했다.

경기 둔화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진 터에 장미 열 송이와 안개꽃 등으로 장식한 꽃바구니 하나가 작년보다 5000원 오른 3만원에 꽃가게에서 팔리고 있기 때문.김씨는 "장미만 따로 사려면 작년 이맘때보다 절반 이상 값을 더 내야 한다"며 "반면 두세 가지 색깔의 국화는 리본 장식 등 포장비까지 합쳐 1만5000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철과 각종 행사로 꽃 수요가 늘고 있는 요즘,유독 장미값만 작년에 비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장미 대신 다른 꽃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 농수산물유통공사 양재 화훼공판장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장미 품종인 비탈 한 속(열송이 기준)의 지난 8일 경매가는 4428원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66%가량 올랐다.

지난달 경매가도 8일 2663원 △15일 4242원 △29일 4500원으로 작년 같은 날보다 최고 두 배가량 상승했다.

반면 국화 한 속(골덴·1100원),거베라 한 속(미니·2389원)은 작년과 거의 비슷한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장미값만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고유가에 따른 재배 부담과 함께 재작년 장미 시장 불황 이후 재배 농가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재배하는 데 3개월이 걸리는 꽃들은 싹이 돋을 때까지만 18도 이상의 화실 온도를 유지해 주면 된다.

하지만 장미는 꽃이 완전히 피어 출하될 때까지 18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비가 다른 꽃에 비해 곱절로 들어간다.

장미 등 시설작물 농가들은 실내 온도 유지를 위해 대부분 기름 보일러를 쓰고 있다.

껑충 뛰어오른 장미값으로 연말 대목을 앞둔 꽃 배달업체와 꽃 관련 시장들은 소매값 상승폭 줄이기에 부심하고 있다.

꽃 전문 배달업체 그린배달의 장희주 사장은 "최근 터진 배추 파동과 비슷하게 장미값도 매년 냉·온탕을 들락거리고 있다"며 "장미보다 20∼30%가량 싼 국화나 거베라 등을 고객에게 추천하고 있지만 꼭 장미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예년에 비해 송이 수를 줄여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장미 매출이 30%가량 줄었고 대신 국화나 난 등의 매출은 20%씩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장미 해외 수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對)일 장미 수출액은 올 들어 10월 말까지 160만8000달러(약 14억7000만원)로 작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상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