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채보다 수시·경력채용을 통해 검증된 인재를 선발하려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면서 헤드헌팅 시장도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또 헤드헌터라는 직업도 과거 '인재 사냥꾼'에서 커리어 전문컨설턴트로 그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특히 TV광고에 출연할 만큼 대중성을 지닌 스타 헤드헌터도 속속 등장하면서 직업인으로서 헤드헌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날로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헤드헌팅을 통한 채용에 대해 대외적으로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 헤드헌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국내 대형 헤드헌팅 업체 중 하나인 커리어케어의 부문별 팀장 헤드헌터 5인을 만나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헤드헌터 경력 6년차인 장쾌호 전무(52·기계팀장)는 스위스계 다국적기업에서 20여년간 영업과 인사를 담당했다.

퇴직 후 헤드헌터로 변신해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주로 CEO급 인재를 추천하고 있는 장 전무는 "헤드헌터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에서의 근무 경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즉 전자업종의 헤드헌터가 되기 위해서는 전자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장 전무는 "뛰어난 인재를 찾아 이직을 권유하기 위해서는 명분과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 유명 석유화학회사 연구원 출신인 박지헌 부장(40·화학팀장)도 "헤드헌터는 최소한 30대 중반 이상이 적합하다"며 "관련 산업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 대한 경험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헤드헌터가 많은 돈을 번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홍콩에서 학업을 마치고 외국계기업에서 패션과 무역분야의 경험을 쌓은 신혜경 이사(43·소비재팀장)는 "헤드헌터는 성과에 따라 급여의 기복이 심한 편"이라며 "과거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헤드헌터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후보자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현대전자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국내외 IT기업에서 13년간 활동한 진관숙 이사(42·IT팀장)는 "고객사나 직위에 따라 필요한 자질은 모두 다르다"면서 "각각의 직위에 맞는 자질을 갖춘 후보자를 선별하는 능력이 헤드헌터에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CEO나 임원급은 동기 부여,평가능력 등과 같은 관리자적 자질이 중요하다면,기획이나 영업 담당은 각각 창의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후보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헤드헌터가 업무상 겪게 되는 가장 큰 고충은 아무래도 후보자와 의뢰회사 간의 괴리를 조정하는 일이다.

대우와 현대차를 거쳐 커리어케어에 합류한 박선규 이사(38·건설팀장)는 "후보자와 회사가 서로 계약을 해 놓고도 정작 약속된 날짜에 출근하지 않아 의뢰가 무산되는 사례가 허다하다"면서 "하물며 계약 시점까지 두 당사자 간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 일이 성사됐을 때 얻는 기쁨은 그만큼 크다.

건설팀의 박 이사는 "한 회사의 의뢰를 놓고 여러 헤드헌팅 업체가 서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 경쟁에서 이기고 나를 통해 의뢰가 성사돼 회사나 후보자로부터 감사인사를 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화학팀의 박 부장도 비슷한 사례를 소개했다.

박 부장이 얼마 전 모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영업 임원을 추천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서 능력과 경력을 갖춘 인물을 골라 추천을 했다.

그런데 회사는 그 사람이 일류대가 아닌 지방대 출신임을 들어 거부의 뜻을 표시했고,박 부장은 곧바로 회사 설득작업에 착수했다.

박 부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결국 회사는 계약 체결에 동의했다.

그 후 후보자는 실적으로 회사에 보답했고,박 부장 역시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