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이 마련한 '일반계 고교 학교 선택권 확대 방안'은 부동산시장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부동산과 학군 등 교육문제가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상황에서 강북 중학생들이 강남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강남권과 주변 집값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강남·주변지역 전셋값 자극할 듯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교 선택권을 확대하는 이번 개편방안은 시행 예정 시기인 2010년에 당장 가시화되지는 않더라도 점진적으로 강남권과 인근지역 전셋값을 자극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남권 밖의 학생들이 강남권 고등학교로 배정될 경우 학부모들이 자녀 통학거리를 단축시키기 위해 강남 또는 인근지역으로 이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시안에 따르면 한 해 2000여명이 강남 외 지역에서 강남으로 신규 진입하는 반면 강남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면서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강남 및 주변지역의 전셋값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셋값이 높은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변지역 전셋값이 더 불안해질 것"이라며 "다만 내신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여서 전셋값 상승현상은 완만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 집값 자극 우려는 크지 않아

다만 개편방안이 강남 집값을 추가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현재 강남지역의 집값이 워낙 비싼 탓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강남센터 부동산팀장은 "강남에 진입하려는 신규 수요 중 상당 부분은 자녀교육 때문인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자녀를 강남지역 고등학교로 통학시키려는 강북권 학부모가 실제 강남아파트 매입에 나서기엔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강남지역 고등학교가 명문고로 꼽히는 것은 학교 자체의 수준 때문이라기보다 주민들의 높은 교육열과 학원 때문"이라며 "강북지역 학생 중 일부가 강남 고등학교로 배정받는다고 해서 전셋값 이외 집값까지 자극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도 "학교배정 개편안이 점진적으로 시행되는 데다 큰 틀을 흔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강남 주변 지역 집값은 다소 불안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당동 한진공인의 조덕동 사장은 "동작·관악·성동·광진구 등의 경우 그동안 학군이 좋지 않아 아파트값 상승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 개편안이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강남 주변지역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