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3년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불법으로 매각된 것으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론스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코너에 몰린 론스타는 법원 판결 이전에 서둘러 외환은행 지분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외환은행 3자매각 속도낼 듯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지난달 23일 국민은행과의 계약 파기를 선언하며 "검찰 수사가 최종적으로 끝나게 되면 다시 우리의 전략적 선택에 대해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외환은행 처리에 가속도가 붙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몸값이 7조원에 달하는 데다 검찰이 불법 매각이란 결론을 내린 외환은행을 인수할 국내외 금융회사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맺었다가 파기당한 국민은행을 비롯,지난 3월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국민은행과의 경쟁 끝에 고배를 마셨던 하나금융지주와 대형화를 꿈꾸는 농협 등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여론 부담을 안고 론스타와의 협상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론스타로선 국내 여론에 대한 부담이 적은 해외 금융회사를 선호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계 인수후보로는 지난 3월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가했던 싱가포르개발은행(DBS)과 독일계인 도이체방크와 네덜란드계 투자은행인 ABN암로,영국계인 HSBC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국계 금융회사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선 금융감독원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선뜻 론스타와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배당 후 분할매각 가능성

국내외 3자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론스타는 최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배당 등을 통해 원금 회수를 극대화한 뒤 해외 펀드를 상대로 블록세일을 통해 외환은행 지분을 쪼개팔 가능성도 있다.

론스타 입장에선 외환은행 경영권까지 넘기는 것이 매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블록세일을 통한 매각이 차선이란 지적이다.

론스타가 블록세일을 통해 지분을 처분할 경우 보유지분 64%를 10% 미만씩 여러 묶음으로 나눈 뒤 해외펀드에 순차적으로 매각하게 되면 외환은행은 뚜렷한 지배주주 없이 독자생존 모델로 갈 것으로 보인다.

블록세일을 위해선 외환은행 주가가 최대 변수다.

내년 배당 후 외환은행 주가가 국민은행과 본계약 당시 결정한 주당 1만5200원을 넘어설 경우 론스타는 순조롭게 블록세일을 할 수 있다.

내년 현대건설(외환은행 지분율 12.58%)과 하이닉스(8.22%) 등의 지분 매각을 통해 외환은행이 2조원 이상의 특별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외환은행 주가는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증권가 관측이다.

반면 외환은행 주가가 이 가격을 밑돌 경우 론스타펀드 투자자들의 반발 탓에 블록세일 시나리오가 벽에 부딪칠 수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