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한다. "세상 일,사람 팔자는 알 수 없다"고. 왜 아니랴. 승승장구 잘나가던 사람이 뜻밖의 일로 쓰러지는가 하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거나 "이제 운이 다했다"던 사람이 갑작스레 만인 앞에 우뚝 서기도 한다. 오죽하면 '있을 때 잘해' 내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얘기가 생겨났을까.

모두가 주목하던 사람이 흔적없이 스러지는 일도 흔하고,아무도 모르던 사람이 놀라운 업적으로 만인에게 빛을 던지는 일도 있다. 200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는 후자에 속한다. 다나카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때까지 한번도 남의 눈에 띌 만큼 탁월해본 적이 없었다.

유명대학 출신도 아니고 그나마 재학중 한 해 꿇었다. 졸업 후 가전업체에 지원했으나 떨어졌다. '시마즈 제작소'는 첫 취업에 실패하고 들어간 곳이었다. 그는 그러나 그곳에서 지칠줄 모르고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다. 일 자체를 즐기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움으로써 사상 첫 학사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된 셈이다.

세계적 배우 이연걸 또한 19살 때 다리 수술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질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무술영화를 계속할 수 있었던 건 포기하지 않고 훈련한 덕이라고 밝혔다. 이후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데 쉼이 없다'는 뜻의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도 그렇지만 보통사람과 집단 모두 상승할 때와 하강할 때가 있으며 내려갈 때의 위기를 극복하자면 밖의 적에 신경쓰지 말고 자기 능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평소 꾸준히 실력을 쌓으면 여건이 나빠지고 경쟁자가 나타나는 등 어려움이 닥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말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2007년의 사자성어로 '자강불식'을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한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내년도 우리 경제와 기업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쉴 새 없이 힘을 축적해야 하는 게 어디 기업과 기업인 뿐이랴. 자강불식,무한경쟁 시대의 생존법 제1조처럼 들린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