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부터 투자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을 위한 외환 송금한도를 현행 100만달러에서 300만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키로 함에 따라 해외부동산 투자 패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주거용 해외부동산에 비해 실제 투자실적이 부진했던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이 활기를 띠고 투자방식도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송금 한도가 세 배나 확대돼 미국 동남아 등 여러 지역에서 여러 채의 집을 동시에 구입하거나 주택과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병행하는 '멀티형'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해외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로 투자를 꺼리는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이어서 이번 송금확대 조치로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이 크게 증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고가 주택도 투자 가능

송금한도 확대 자체는 해외부동산 투자의 물꼬를 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이제까지는 모기지론 등 현지 주택담보대출의 상환 비용이 해외 송금 제한선인 100만달러 안에 포함돼 시세 차익이 큰 고가주택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예컨대 한국에서 송금한 100만달러와 현지 모기지론으로 충당한 100만달러를 합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200만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한 투자자는 현지 임대를 통한 임대 수입 없이는 대출 원리금과 이자를 갚을 방법이 없었다.

송금 한도 100만달러를 이미 채워 한국에서 더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미라 뉴스타부동산 실장은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을 고려하는 투자자에게는 실제 100만달러는 너무 적은 금액이었다"며 "송금한도가 커지면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대도시 고가 주택에 대한 투자를 실행에 옮기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다주택자도 늘어날 듯

전문가들은 "투자 한도액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국가별·지역별·상품별로 투자 방식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크게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예컨대 최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미국과 유럽 국가의 경우 시세 차익형 투자보다 실거주에 초점을 둔 구매로 패턴이 바뀌고 부동산시장 활황이 유지되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호텔 콘도 펜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과 노후 이민을 겨냥한 주택 단지 등에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범위와 투자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앞으로는 해외에 여러 채의 집을 가진 해외 다주택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송금 제한선이 대폭 풀리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가라면 한 지역에 투자하고 나서도 투자금과 송금 한도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해외 주택은 몇 채를 가지고 있든 국내 다주택 합산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태한 코우사 차장은 "동남아 등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이머징 마켓에 투자형 호텔(임대 수익을 돌려주는 분양 방식 호텔),펜션,상가 등을 한 채 사고 인기 지역인 미국에 또 한 채의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멀티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건설업체나 개발업체들이 동남아에서 개발하는 주택이나 리조트 실버단지 등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국내 업체들이 개발하는 투자 상품의 경우 일단 현지 상품에 비해 신뢰성이 높은 데다 개발수익 관리 등이 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이외에도 북미 지역인 캐나다 토론토 중심지의 경우 10개 안팎의 점포를 가진 2층짜리 상가 건물은 300만달러 정도면 구입이 가능해 상가 건물을 통째로 구입해 임대 수익을 노리는 투자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투자 신중론도 많아

이번 송금한도 확대 조치에 업계가 거는 기대는 크다.

미국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부동산 거품 논란에다 사후 관리 문제로 그동안 실제 투자 사례를 손에 꼽을 정도였던 투자용 해외 부동산이 정부의 송금확대 방침에 힘입어 다시 한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임채광 루티즈코리아 팀장은 "미국 현지에서도 부동산 거품 논란이 잠잠해지고 오히려 투자 적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송금 확대가 해외부동산 투자 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한 신중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부 부동산팀장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는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 자체에 투자 위험이 뒤따르고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아직 높다"며 "송금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수요가 아닌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이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