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상위 2%에 속하는 부자들이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50%가 차지하고 있는 부는 전체의 1%에 불과해 부의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발전이 더뎌 세계적인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유엔대학 세계개발경제연구소(UNU-WIDER)는 5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가계 자산 국제 분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등 일부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기준 연도는 2000년이며 가계자산을 구성하는 금융자산과 부동산에서 부채를 빼는 방식으로 산출됐다.



◆극심한 부의 편중

2000년 현재 전 세계 가계자산은 총 125조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배로 성인 1인당 2만500달러의 부를 갖고 있다.

그러나 부의 불평등은 극심하다.

전 세계 부자 중 상위 1%가 갖고 있는 부는 무려 50조달러.전체의 40%에 달한다.

상위 1% 부자는 50만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사람으로 숫자는 3700만명(평균 135만달러)이다.

상위 1% 내에서도 격차가 심해 10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billionaire)가 499명,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백만장자(millionaire)는 1350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다.

상위 2%가 갖고 있는 부는 절반을 넘는다.

전 세계 부의 85%인 100조달러는 상위부자 10%(자산 6만1000달러 이상)가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하위 50%(자산 2200달러미만)가 보유하고 있는 부는 전체의 1%에 불과했다.

부의 집중현상은 부자나라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미국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부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가난한 나라보다 오히려 부자나라에서 빈부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지역별·국가별 부의 편차

전 세계 부는 지역별·국가별로도 편차가 심하다.

북미(34%)와 유럽(30%)및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일부 아시아지역(24%)에 88%가 편중돼 있다.

반면 전 세계 인구의 20% 이상인 중국이 갖고 있는 부는 전체의 3%에 불과했다.

아프리카도 고작 1%밖에 갖고 있지 않아 지역별 부의 편차가 극심함을 나타냈다.

국가별로도 편차는 크다.

1인당 부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으로 18만1000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14만4000달러로 나타났다.

반면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인도는 1인당 평균 1100달러,인도네시아는 1400달러에 불과했다.

GDP가 많지만 사회복지제도가 잘돼 있어 개인적인 부를 축적해야 할 동기가 떨어지는 뉴질랜드는 1인당 3만7000달러,덴마크는 7만달러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상위 10% 부자 가운데에서 미국이 2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이 20%로 뒤를 이었다.

상위 1% 부자 중에서는 미국(37%)과 일본(27%)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안정락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