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39)는 지난해 이맘 때만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연일 이어지는 송년 술자리로 탈이나 병원신세를 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보다 과음을 한 후 자정을 넘겨 집에 들어갔다.

새벽 4~5시께부터 속이 울렁거렸다.

몇 차례 구토를 했으며 식은땀이 났다.

여러번 구토 후 음식물은 올라오지 않고 신물만 나왔다.

물을 마셔도 토하기만 했다.

결국 병원에서 포도당 주사를 맞고 안정이 됐다.

연말이 되면 회사,동창,부부모임 등 각종 송년회나 망년회로 술자리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요즘엔 공연 관람 등 건전한 송년 모임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술 모임은 빠질 수 없다.

최근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병원이 직장인 282명을 대상으로 '연말에 생각나는 단어'에 대해 조사한 결과 54%가 '술자리'라고 응답했다.

한 주류회사의 통계에 따르면 연간 월평균 소주량의 10% 이상이 연말에 판매된다고 한다.

각종 모임이 많아질수록 술을 못마시는 사람들은 고충이 이만저만아니다.

흔히 '약한 술부터 마셔라''음식을 먹으면서 마셔라'는 등 속설이 있지만 음주량이 많을 때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밖에 없다.


성인 하루 분해 알코올량은 소주 2병

[건강한 인생] '송년 폭음' 겉과 속 다 버린다
술이 지방간,간염,간경변,간암 등을 유발하는 것은 잘 알져진 사실이다.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되는데 간세포의 해독능력을 넘어서면 독성물질이 축적되고 간세포가 죽게 된다. 또 지나친 음주는 뇌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켜 지능과 인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남성호르몬과 생식기관에 영향을 줘 남성불임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간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서는 매일 술 마시는 것을 피하고 1주일에 최소 2~3일은 쉬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알코올 분해효소는 사람마다 편차가 있어 주량에 차이가 난다. 술이 센 사람이라도 지속적으로 과음을 하면 간이 견뎌내지 못한다. 보통 성인의 1일 알코올 분해량은 160~180g으로 알려져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매일 알코올 160g(약 소주 2병)을 8년 이상 먹으면 알코올성 간경변이 생기며 하루 80g 이상은 위험수위라고 한다. 알코올 80g은 소주 2홉짜리 1병,맥주 1500~2000cc,위스키 150cc에 해당된다.


필름 끊겨도 집에는 간다

술 마신 다음 날 전날의 상황을 기억 못하는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알코올 중독의 초기단계에서 나타나는 위험한 신호다. 이는 대뇌 측두엽에서 기억을 입력.저장하고 출력하는 과정 중 입력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하지만 새로운 현재 정보의 입력에만 문제가 발생하고 기존의 정보를 불러오거나 사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따라서 '집이 어디고,어떻게 가는지'에 대한 기능(기억회상)에 문제가 없으므로 술이 취해도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


술,담배,수면부족은 피부도 망쳐

적당한 술은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해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지만 지나친 술은 알코올이 체내 수분을 증발시켜 피부가 건조해져 잔주름,기미,뾰루지의 원인이 된다. 담배도 피부에 치명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면 알코올 때문에 니코틴 흡수가 더 많아져 더욱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술을 마시고 집에 와서 제대로 씻지 않고 잠들면 피부 트러블이 생기고 세균이 번식해 여드름과 뾰루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3차에 걸쳐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서 쌓이는 피로와 수면부족은 지루피부염이나 성인 여드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술 마실 때 얼굴이 심하게 붉어지는 증세가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 성분이 잘 분해되지 못해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면홍조가 자주 반복되면 혈관의 긴장도가 떨어져 붉은 얼굴이 지속되고 나중에는 늘어난 실핏줄이 보이는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술주정뱅이의 상징인 주비증(일명 딸기코)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안면홍조가 있으면 가능한 술은 천천히 적게 마시고 도중에 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숙취해소에는 수분 섭취를 많이

술 마신 다음 날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거나 토하는 등의 증상은 알코올 대사과정 중에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과 위점막의 자극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술을 깨기 위해 맹물이나 커피를 마시거나 토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해질이 풍부한 국물,과일주스,스포츠 음료,꿀물 등이 좋다. 음주 후 집에 들어와서는 미지근한 물로 세안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음주 후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생겼을 땐 하루 2~3회 정도 세안으로 피부를 깨끗이 하고 피지가 모공에 쌓이지 않도록 모공의 입구를 열어줘야 한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도움말=이정권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노용균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호영 다사랑병원장,김방순 강남S&U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