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은 물론 지방도시에도 KTV라는 간판은 길거리마다 흔하게 눈에 띈다. 한국으로 치면 단란주점이다. 중국 단란주점 업체 주인들은 요새 단단히 화가 났다. 중국정부가 일률적으로 단란주점의 룸마다 매일 12위안씩 노래기기에 이용되는 음악의 저작권을 걷기로 해서다. 업주들은 얼토당토 않은 발상이라며 반발 중이다.

중국정부가 단란주점을 저작권의 사각지대로 찍은 이유는 알길이 없다. 하지만 미국 EU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뭔가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 어디에서나 5~10위안(한화 600~1200원)이면 최신 영화나 음악CD의 해적판을 살 수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중국정부가 "저작권은 강력하게 보호되고 있다"고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따라서 저작권 보호의지를 과시하려는 용도로 애꿋은 단란주점에 저작권료를 물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이런 의구심은 야시우(雅秀),시우수웨이(秀水) 시장 등 짝퉁시장이 베이징도심 한가운데서 성업중이라는 점에서 쉽게 지울 수 없다. 주말 야시우시장은 저녁 무렵이었는데도 발디딜 틈이 없었다. 4층짜리 건물 전체가 의류 전자제품 신발 등 짝퉁제품으로 차있었다. 여기저기서 깎아라 못깎는다는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엔 종업원이 부르는 가격의 10~20% 수준에서 대개 협상이 이뤄진다. 한국에서 20만~30만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이는 외국의 유명 여행용 가방을 산 사람에게 얼마에 샀냐고 물으니 190위안(한화 2만3000원) 줬다며 웃는다. A급제품이라는 종업원의 말에 20위안을 더줬다고 한다. 4000위안이 넘는 삼성전자의 디지털카메라도 200~300위안 선에서 팔리고 있었다.

중국정부는 짝퉁상품을 척결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짝퉁의 생산자를 처벌하고 유통을 차단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국제모터쇼에 짝퉁차를 출품할 정도로 중국의 짝퉁문화는 확산되고 있다. 중국정부가 말하는 지식재산권 보호강화 방침 자체가 '짝퉁'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