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의 추가 하락을 알리는 경보음이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팔자'는 주문이 연일 쌓이고 일각에서는 달러 가치가 무려 25%나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구매관리자 협회 제조업지수가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달러화가 작년 3월 이후 20개월 만의 최저치인 유로당 1.3349달러까지 하락했다.




○모두가 달러 '팔자'=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선물계약 중 달러를 팔고 유로를 매수한 포지션의 수는 지난달 28일 8만9594개로 일주일 전에 비해 37%나 급증했다.

향후 '유로 강세,달러 약세'를 점치는 헤지펀드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 국채도 외면당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9월 중 3억7400만달러의 미 국채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채에 대한 순매도는 2003년 이후 처음이다.

1조달러가 넘는 외환 중 70%가량을 달러로 보유한 중국도 최근 일부를 달러화에서 유로 엔 등 다른 통화로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스위스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도 보유외환 중 달러를 팔고 다른 통화를 사겠다고 공언했다.

PNC 캐피털 마켓의 트레이더인 매튜 리프슨은 "모든 사람들이 달러를 팔고 있다"며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하락 가능성=매도세가 넘쳐 나는 이유는 장기적인 달러 하락이 다시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가치의 하락은 미국 경기 둔화와 유럽 경제의 상대적인 호조,그로 인한 미국 단기금리(연 5.25%)와 유럽 단기금리(연 3.25%)의 차이 축소 등 단기적 요인들이 촉발시켰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한동안 유예됐던 달러가치 하락이 재개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2004년 6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금리차를 노린 자금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일시적으로 달러 하락을 막았지만 이제 다시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시점이 되자 달러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각국의 상대적인 교역량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의 관점에서 보면 최근 달러가치는 과거 30년 평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미국의 대규모 경상적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달러가 훨씬 더 떨어져야 하며 유로화에 대한 사상 최저치 기록(1.366달러)은 곧 깨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회장을 지낸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앨런 블라인더는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 규모로 볼 때 달러는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해 추가로 25%는 떨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급락은 세계 경제에 재앙=달러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경우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큰 충격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달러가치가 단기간 내 급격히 떨어질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설에서 "달러 급락은 미 국채의 47%와 회사채의 30%를 보유 중인 외국인 투자자의 투매로 이어져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특히 '달러 하락→중국의 대미수출 감소→원자재 수요 감소→원자재 생산국 타격' 등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천은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급속한 달러약세가 진행될 경우 FRB는 인플레 우려로 쉽게 금리를 내릴 수 없게 돼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