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교수의 이슈경제학] 선물환거래‥미래에 사거나 팔 외환가격을 미리 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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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 배추시세는 아무도 모른다.
김장철에 가봐야 한다.
사실 배추시세가 폭락하기라도 하면 농가는 그해 농사를 망치는 셈이다.
배추시세가 걱정이 될 때 재배농은 배추를 넘길 때 받는 가격을 미리 유통업자와 정해 놓을 수 있다.
바로 배추 밭떼기 거래이다.
미리 시세를 정해놓음으로써 재배농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포기당 1000원에 계약을 했다면 이제 1000원을 확보했으니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가을에 가서 배추시세가 600원이 되더라도 1000원에 넘길 수가 있으므로 농사를 망치는 위험을 미리 방지할 수가 있다.
그러나 세상일이 항상 그렇듯이 사후적으로 기분이 나빠질 수가 있다.
바로 작년처럼 중국산 배추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산 배추수요가 폭등하고 배추시세가 포기당 3000원이 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도 눈물을 머금고 배추를 1000원에 넘겨야 하는 것이다.
최악을 피할 수는 있으나 최선 또한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에 거래할 물건의 가격을 현재시점에서 미리 정해놓는 계약을 선도계약(forward contract)이라 한다.
이러한 선도거래는 외환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말하자면 달러에 대한 밭떼기거래가 가능한 셈인데 이를 선물환거래라 한다.
예를 들어보자 90일 후 100만달러가 유입될 예정인 기업 A가 있다고 하자.달러시세가 얼마가 될지 불안한 경우 이 기업은 은행 B와 선물환 계약을 함으로써 달러를 넘길 때 적용되는 가격을 미리 고정시켜 놓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만기는 3개월,수량은 100만달러,가격은 1000원의 조건으로 선물환매도 계약을 했다고 하자.A기업은 이제 달러시세를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기가 되면 들어온 100만달러를 1000원/달러, 곧 10억원을 받고 넘기면 된다.
따라서 달러시세변동에 따른 위험을 은행에 전가시키고 차분하게 영업활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만기시점 달러시세를 안 쳐다볼 수는 없다.
달러시세가 900원이 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9억원에 넘길 것을 10억원에 넘김으로써 사후적 이익이 1억원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달러시세가 1100원이 된다면 기분이 그리 상쾌하지는 않다.
괜히 선물환 계약을 했나 하는 후회가 들 수도 있다.
가치가 11억원인 물건을 10억원만 받고 넘김으로써 1억원의 사후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거나 팔 가격을 미리 고정시킨다는 것은 만기에 가서 어느 한쪽은 사후적 이익, 그리고 다른 한쪽은 사후적인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고 양측의 손익의 합은 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물환거래가 사후적 제로섬 게임(ex-post zero sum game)이 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사후손익의 크기는 그림에서 보듯 계약가격을 중심으로 기울기가 1인 직선과 -1인 직선으로 표시가 가능하다.
만기시점 시세가 계약가격 대비 오르면 사자계약을 맺는 쪽(long position)이 유리하다.
반대로 만기시세가 계약가격 대비 떨어지면 팔자계약을 맺은 쪽(short position)이 유리하다.
이제 이 그림을 잘 들여다보면 현금결제선물환(non-deliverable forward:NDF)의 원리를 도출해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만기시점 달러 현물환시세가 900원이 되었다고 하자.사후적으로 볼 때 매수는 달러당 100원 손실,매도는 달러당 100원 이익을 보게 된다.
이 경우 선물환 계약을 맺은 당사자들이 달러당 100원, 즉 1억원만을 서로 주고받도록 계약을 체결해 놓았다면 어떻게 될까.
즉 사후손실이 난 매수계약자가 사후이익이 난 매도 계약자에게 1억원을 지급함으로써 계약이 종결되도록 계약을 체결해놓은 것이다.
이처럼 계약가격과 만기시점 현물시세와의 차이에 해당하는 액수를 돈으로 결제만 하고 끝을 내도록 한 선물환 계약을 현금결제선물환이라 한다.
이때 100만달러 포지션은 각자 현물환시장에서 처리하게 된다.
즉 100만달러를 넘기게 되어 있는 매도계약자는 이를 상대방에게 넘기는 대신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당 900원에 처분하여 9억원을 확보한다.
그러나 선물환계약에서 1억원을 매수계약자에게서 받으니까 결국은 10억원이 확보된다.
반대로 매수계약자는 100만달러를 상대방에게서 넘겨받는 대신 현물환 시장에서 시세대로 9억원에 사들인다.
하지만 현금결제선물환 계약에서 1억원의 손실이 나서 이를 지급하고 나면 100만달러를 확보하는데 10억원이 든 셈이다.
결론은 일반적 선물환거래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과정이 다르다.
만기에 가서 현물환시장을 이용하되 현금결제선물환계약을 병행함으로써 일반 선물환계약과 동일한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런 계약을 배추 밭떼기 거래에 가상으로 적용하면 어떨까.
계약가격이 1000원인데 김장철 배추시세가 600원이 된다면 농부는 1000원과 600원의 차이, 즉 포기당 400원을 유통업자에게서 돈으로 받는 동시에 시장에 600원에 내다 판다.
반대로 포기당 3000원이 되면 시장에 포기당 3000원에 내다 팔되 유통업자에게 돈으로 포기당 2000원을 지불함으로써 1000원에 판 효과를 달성한다.
이처럼 기초자산을 직접 다루기보다 시장에서 각자 알아서 처리하고 차액만을 돈으로 계산하는 현금결제선물환 계약은 나름대로 상당한 장점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 선물환보다 유용하게 쓰이게 된다.
바로 외국인들 사이에서 원·달러에 대한 현금결제선물환이 이루어지는 역외선물환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