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개방형 직위인 소비자본부장(국장급)에 윤정혜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가 1일 임명됐다. 여성이 공정위의 과장급 이상 자리에 앉기는 위원회 설립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규제기관으로서 딱딱한 이미지가 박혀있는 공정위에 섬세함이 '무기'인 여성이 고위 공무원으로 임명됐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특히 소비자 주권확립과 권익 증진에 관한 전문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사무국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효율적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장 감시활동을 하려면 기업활동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야 하고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사무국이 교수 출신 위원장이 올 때마다 리더십을 걱정했던 것과 같은 이유다.

한 공정위 사무관은 "중앙인사위원회의 결정이 알려지고 나서야 윤정혜 교수가 소비자본부장으로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솔직히 공정위 내부에서는 윤 본부장이 소비자 정책을 총괄할 만한 적임자인지 잘 모른다"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런 점을 의식한 탓인지 윤 본부장은 "인하대 생활과학대학장과 한국소비자학회장 등을 역임해 나름대로 행정체계 속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정책을 총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진행됐다고 확신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 소비자본부는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들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고 다단계업체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는 등 다양한 시장감시 활동을 펼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잣대를 들이댈 경우 기업활동에 적지 않은 위축을 가져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정도로 경색된 규제 정책을 펼치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깊은 학식과 여성 특유의 세심함을 바탕으로 윤 본부장이 저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업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권익을 동시에 추구해주길 기대해본다.

송종현 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