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집회가 강행돼 서울 도심과 전국 주요도시 곳곳에서 게릴라 시위가 벌어졌다. 민주노총도 이날 한.미 FTA 협상 중단과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등을 위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현대차는 이달에만 네 번째 파업에 들어갔다.

○…경찰이 본집회 장소로 예정돼 있던 서울시청 광장을 완전 봉쇄한 가운데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위 참가자 1500여명은 오후 4시40분께부터 을지로입구 사거리와 롯데백화점 본점~신세계백화점 본점 일대 도로 100여m를 점거하고 집회를 벌였다. 이에 앞서 오후 4시쯤에는 대학생 등 200여명이 동대문 로터리에서 도로를 점거,종로 5가와 을지로 4가를 거쳐 서울광장과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하며 '게릴라 시위'를 벌여 서울 도심 일대 교통이 상당한 혼잡을 빚었다. 같은 시간대 농민 150여명은 충정로 농협중앙회 앞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이 이를 저지하자 인근 이화여자외국어고 앞으로 옮겨 집회를 진행했다.

○…경찰은 29일 새벽부터 전국 1252개 장소에 전.의경 383개 중대와 경찰관 1만3555명을 배치해 농민과 노동자들의 상경을 막았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대구경북건설노조 조합원 40여명이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상경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차단돼 모두 귀가했다. 같은 시각 경남 김해,양산,거창,함안,진주,의령 등에서도 69명의 농민이 버스 1대와 트럭 7대를 타고 상경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서울 경찰청은 집회 금지가 통고된 서울역 앞에 모여있다 해산 명령에 불응한 농민 9명을 연행해 조사했다. 경찰은 "연행자들이 오후 2시께 집회 금지 장소인 서울역 광장에 모여있다가 해산 명령에 불응해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였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이날 집회 장소에 대기 중이던 FTA범국본 소속 차량 1대가 회차 명령을 거부하자 견인 조치했다.

○…전북 전주에서는 경찰과 노조원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경찰 3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소속 조합원 400여명은 규탄집회를 가진 뒤 경원동 열린우리당 전북도당 당사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오후 4시부터 2시간30분간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 3명이 타박상을 입었다. 경찰은 폭력을 휘두른 민주노총 조합원 이모씨(34) 등 5명을 연행해 조사를 벌였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29일 또 다시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 민노총 정치파업에 참여했다. 이 같은 노조파업으로 모두 16시간(잔업 2시간 포함) 동안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돼 차량생산차질만 5885대에 830여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조집행부 간부 6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울산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현대차는 고소장을 통해 "노조가 한.미 FTA 중단 등 정치적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민노총의 지침에 따라 노사협상과 상관없는 불법 파업을 벌였다"며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울산=하인식·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