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2003년 5월의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언급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또 "당적을 포기하는 길 밖에 없을 수도 있다"며 여당 탈당(脫黨)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을 철회하는 과정에서 느낀 국정운영의 심각한 위기의식과 무기력을 토로한 것이겠지만 정말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국정 혼란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특히 이런 사태는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국을 끝없는 파행으로 몰아간 전효숙 파문도 결국 헌법절차와 순리에 어긋난 '코드인사'와 무리수가 낳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양상은 더욱 가관(可觀)이다.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초청하는 만찬 모임도 거부하면서 대통령에 대해 정치에서 손을 뗄 것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 아예 갈라서자는 기세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마디로 국정의 축(軸)이 뿌리째 흔들리고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 다름아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국정운영이 만신창이가 되는 사이 국민불안만 더욱 가중되고 민생은 갈수록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명운을 좌우하게 될 중차대한 국정과제와 다급하게 해결돼야 할 민생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핵을 비롯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부동산시장 안정,기업환경 개선 등 허다한 국정과제들이 중심을 잃고 오락가락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이런 판국에 청와대가 스스로 무력증(無力症)에 빠지고,여당은 그들대로 제 갈길을 가는 모습만 보이고 있으니 도대체 나라가 어느 쪽으로 끌려가는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심기일전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정도(正道)인지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겸허하게 민심을 살펴 바람직한 국정운영 방향을 모색하고,더 이상 국정혼선을 남탓으로 돌린다거나 임기 운운 같은 경솔하고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리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이 같은 발언이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어서는 정말 국민이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대선전략에만 골몰해 반사이익만 노리고 있을 것인가.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무책임한 반대만 일삼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좀 더 책임있는 수권정당으로서 국정이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협력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