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내년 건강보험 보험료의 9.2%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획예산처가 '3%면 족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2일 두 부처에 따르면 복지부는 오는 29일까지 내년도 보험료 및 의료 수가(진료시 각각의 의료 행위에 적용되는 가격)를 결정한다는 목표 아래 가입자 대표와 의료계 대표,공익 대표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도의 경우 보험료와 의료 수가를 조정하지 않더라도 △담뱃값 인상 조정 실패로 인한 수입 감소(3000억원) △6인실 이상 상급 병실에 대한 건보 적용(5800억원) △노령화로 인한 지출 자연 증가분(약 1조8000억원) 등으로 당기 수지는 1조5000억원,누적 수지는 5046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며 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한 9.2%의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가입자들의 내년도 보험료 부담 증가율은 소득 증가로 인한 자연 인상분(매년 7~8%)까지 감안할 경우 16~1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인들의 월 평균 보험료는 현재 5만8066원에서 내년엔 6만7356원으로 1만원 가까이 오르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기획처는 "복지부가 인상률을 과다하게 잡고 있다"며 펄쩍 뛰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내년에 7000억원 상당의 보장성 확대 방안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초 조사 등이 하나도 안 돼 있어 내년 하반기부터나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료 인상률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지출 구조조정 효과까지 감안할 때 올해보다 3% 인상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획처는 또 이런 저런 변수들을 감안하더라도 3% 인상이면 내년 당기수지 흑자는 물론 누적 수지도 2000억~3000억원가량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복지부도 보장성 강화 시행 지연으로 다소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시인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05년 6월 보장성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을 때 2007년부터 6인실 이상 상급 병실 이용료도 건보급여 대상으로 한다고 했지만 어느 지역에,어느 범위에서,얼마나 해 줄지 등을 결정할 기초 조사가 전혀 안 돼 있어 시행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시행 시기 지연으로 인상률이 2%포인트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경제연구부 부연구위원은 "누구 말이 맞는지는 따져 봐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수입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지출부터 늘려 누적 적자를 벗어난 지 4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가게 된 것"이라며 "장기적인 건보 재정 안정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