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은 왜 베어벡호와 함께 하지 않는 것일까.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성인대표팀까지 베어벡호는 최근 치른 5경기에서 연속무승(3무2패)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예선 첫 경기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침체에 빠진 베어벡호에 돌파구가 필요한 시간이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치러진 올림픽대표팀 한일전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었지만 결국 동점골을 내주면서 1-1로 비겼다.

홍 명보 코치가 사령탑을 맡았던 올림픽대표팀 한일전 1차전에 이어 핌 베어벡 감독이 직접 지휘봉을 든 이번 2차전에서도 한국은 골 결정력의 아쉬움을 남기면서 무승부의 착잡함을 맛봤다.

올림픽대표팀은 이번 한일전을 위해 급하게 소집돼 2주도 채 되지 않는 짧은 훈련 기간에 25명의 선수들이 선발돼 발을 맞추는 단기 '속성과정'을 거쳤다.

이 때문에 지난 1차전에서도 수비 조직력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자책골을 허용한 올림픽대표팀은 이날 2차전에서도 일본 측면 공격수 미즈노 코키에게 계속 공간을 내주면서 결국 골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 역시 짧은 기간의 훈련에서 수비전술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 만들어 낸 결과로 볼 수 있다.

비단 올림픽대표팀 뿐 아니라 아시안게임 대표팀 역시 지난 가나와 평가전과 함께 아시안컵 이란전 최종예선에 성인대표팀을 대신해 경기에 나섰지만 모두 패하면서 만족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내 축구팬들은 베어벡 감독에게 '시원한 승리' 이전에 각급 대표팀 별로 안정된 모습을 원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베어벡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감독부터 성인대표팀까지 3개의 팀을 한꺼번에 이끌면서 한국 축구의 기틀을 마련하는 어려운 과정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눈에 드러나는 성적과 경기력이 축구팬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조금씩 비난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베어벡호의 부진에는 대한축구협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잘못을 빼놓을 수 없다.

베어벡 감독은 취임 이후 K-리그 일정과 A매치 일정을 고려해 각급 대표팀 운영계획을 세웠지만 갑작스레 끼어든 올림픽대표팀 한일전 때문에 일정이 어그러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베어벡 감독은 큰 의미도 없는 이번 한일전을 치르기 위해 중동과 일본, 한국을 오가는 '천리행군'을 해야만 했다.

덕분에 아시안게임을 코 앞에 놔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한동안 사령탑도 없이 훈련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펼쳐지고 말았다.

이제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가라앉은 베어벡호에 돌파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축구협회는 물론 축구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도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