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이싱거 OECD 교육국장은 "학교 폭력과 왕따 등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경쟁 과정에서 많은 압력을 받고 있는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라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학생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싱거 교육국장은 지난 8~10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HR포럼 기간 중 김광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와 대담을 갖고 교육 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처방법과 산업인력 수급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바바라 이싱거 교육국장=한국의 교육이 이룬 성취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올해 각국의 15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른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한국 학생들이 낸 성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문제해결력과 읽기 수학 과학 등 4개 분야에서 한국은 1~4위를 기록했다.

또 한국은 대학 진학자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김광조 차관보=한국은 교육열이 높은 나라다.

외국에서는 한국 교육의 성과를 보고 칭찬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학생들을 비롯해 한국 사회에서는 현재의 교육 환경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심한 압력을 받고 있으며,이로 인해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가 일어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싱거 국장=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교육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가 이뤄지는 것 아닌가.

한국은 지금까지 많은 성취를 이뤘고,이제는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우수한 사례를 살펴보며 대안을 추구할 때라고 본다.

다음 레벨의 교육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학생들은 분명히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반드시 대학에 가야 하며,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

인턴십이나 실무 훈련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난 다음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이 과정을 지금보다 훨씬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김 차관보=한국 고등학생 졸업자 중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의 비중이 80%를 넘을 정도로 고등교육이 일반화돼 있지만,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언제나 대학 졸업자들을 실무에 투입하기 위해 1년 이상의 재교육 기간이 필요하다고 불평한다.

박사 졸업장을 가지고도 삼성 현대 같은 주요 기업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각 대학에 산업 수요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학이 산업의 수요를 예측하고 현재의 기술을 교육에 반영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휴대폰 기술은 아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대학이 이를 무슨 수로 따라잡겠나.

그렇다고 삼성이 자사의 핵심기술을 대학과 공유하는 것은 국제적 경쟁상태를 감안했을 때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가 성균관대에 휴대폰학과를 설치하듯 대학에 특수목적(tailor-made)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한 해법으로 제시할 수 있지만 이런 변화는 정부 입장에서 봤을 때 너무 느린 변화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 시스템이 확립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현재 타임스 등 언론이 담당하고 있는 전 세계의 대학교육에 대한 평가를 OECD에서 담당할 필요가 있다.

○이싱거 국장=동감한다.

그렇지 않아도 OECD에서는 대학교육 평가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내년에 전문가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많은 나라에서 대학교육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다.

기업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이 삼성과 협력해 휴대폰학과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일 순 있지만 단기적인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왜냐하면 시장이 너무나,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육과정에 인턴십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수업의 일부를 기업체 실무 훈련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김 차관보=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OECD의 관심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왜 사교육을 필요로 하는지,사교육과 공교육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국가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밝히기 위해서는 OECD차원에서 사교육 부분에 대한 평가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학생들이 PISA에서 굉장히 우수한 성과를 보였지만 한국 사회,특히 언론에서는 이를 '공교육의 성과가 아니라 사교육의 산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헝가리 터키 멕시코 일본 등에서도 고비용의 사교육 문제는 굉장히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교육이 개별 가정에도 부담이 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도 큰 비용 지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노동시장의 불균등한 인력 분포(skill shortage)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인적자원이 어떻게 각 산업 분야로 흘러들어가는지,어떤 기업체가 많은 자원을 갖게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과 지표가 있어야 교육 담당자가 노동시장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동부와 교육부가 거의 소통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좀 더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

○이싱거 국장=OECD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국제성인능력측정비교(PIAAC)가 일부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PIAAC는 초기단계부터 노동분야와 교육분야 위원회가 함께 디자인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실제 도입되면 각국의 노동담당자와 교육담당자들이 서로 교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