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시장 진출을 서둘러라.' 신세계가 농수산홈쇼핑 인수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인수 작업에서 부딪칠 걸림돌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바이어들이 협력업체들에 홈쇼핑 시장 진출을 공언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건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곧 승인할 것이란 관측이 굳어지면서 신세계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구체화되는 인수설

19일 신세계 관계자는 "TV홈쇼핑 사업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됐고 정용진 부사장 등 경영진에게 태스크포스팀의 보고서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 정지작업이 끝나면 조만간 농수산홈쇼핑 최대주주인 하림측과 경영진이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벌써 신세계의 홈쇼핑 시장 진출을 기정 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조만간 홈쇼핑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어서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롯데보다 판매 채널이 열세라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신세계 바이어들로부터 여러 번 들었다"고 전했다.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가 완료되면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롯데에 밀릴 수 있다는 신세계의 조바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증권가에선 농수산홈쇼핑이 '몸값'을 올리기 위해 육가공업체인 선진을 인수,우회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풍문까지 나돌 정도다.

이범권 선진 대표는 "그럴 이유가 없다"면서도 "몇몇 사람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의 홍보 담당자들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주성 신세계 홍보담당 상무는 "홈쇼핑 사업에 성공하려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인수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자금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홈쇼핑은 자본 투자 대비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업"이라며 "설령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금융 비용을 감당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수산홈쇼핑 최대 주주인 하림의 김홍국 회장은 "하림그룹은 내부 유보 자금만 2000억원 안팎에 이르는 기업"이라며 "홈쇼핑 사업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홈쇼핑 5개사 모두 대기업 품에(?)

신세계가 농수산홈쇼핑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롯데쇼핑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형 마트와 백화점이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추가 출점이 점점 힘들어져 홈쇼핑 채널이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보루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농수산홈쇼핑이 '알짜 기업'이란 점도 인수 작업에 발을 내디딘 요인으로 풀이된다.

2005년 실적 기준 농수산홈쇼핑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34.7%로 5개 홈쇼핑사 중 가장 높다.

롯데쇼핑이 인수한 우리홈쇼핑(26.0%)뿐만 아니라 △현대홈쇼핑 22.0% △CJ홈쇼핑 17.2% △GS홈쇼핑 14.5%보다 월등히 높다.

또 방송위원회가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 건을 승인할 것이 확실해지면서 대형 유통업체의 홈쇼핑 진출에 대한 걸림돌이 사라진 것도 신세계의 결심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