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는 비에트컴뱅크증권사 객장.30여평의 객장을 메운 투자자들이 시세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쌀국수를 먹는 한 투자자는 눈을 시세판에 고정시킨 채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직원 데스크 앞에는 매매주문을 내려는 투자자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비에트컴뱅크증권사 객장은 성장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베트남의 금융시장을 상징한다.

베트남은 지금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공기업 민영화,부동산 개발 등을 위한 펀드운용,보험,구조조정컨설팅 등 금융 관련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정부는 낙후된 금융시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감하게 문을 열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가 하면,WTO 가입에 따라 100% 합작금융회사 설립도 가능토록 했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 금융업계에 '베트남 행(行)'러시가 일고 있다.

'중국에서는 서방자본에 밀렸으나 베트남만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골든브릿지그룹 하노이법인은 증권,자산운용,캐피털 등 그룹 내 금융서비스 전체를 하노이에서 추진하고 있다.

최근 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민영화되는 공기업 투자와 부동산 투자를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2~3건의 투자계약을 앞두고 있다.

호찌민에 진출한 한국투신운용은 약 1000억원의 '베트남펀드'를 조성,기간산업이나 제약 시멘트 등 6~7개 회사의 기업공개(IPO) 경쟁입찰에 참여했다.

호찌민 증시가 올 들어 70%(VN 지수 기준) 올랐지만 상장주식이 53개에 불과해 5000여개 기업주식으로 구성된 장외시장(OTC)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투운용은 베트남에서 아일랜드 계열의 드래곤캐피털,베트남 국영기업인 비나캐피털에 이은 3위 큰 손이기도 하다.

이 밖에 미래에셋 동양캐피털 피델리티 KTB 등도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은행들도 영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찌민에 있는 수출입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의 홍영표 행장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 5300만달러인 대출자산을 3년 내 8500만달러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은 아시아신흥시장 전략 차원에서 베트남에 접근하고 있다.

현대증권이 대표적인 케이스.중국에서 부실자산 인수,부동산투자 펀드 운용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현대증권은 차기 국제영업의 핵심 지역으로 베트남을 선택,공략에 나섰다.

주익수 현대증권 국제본부장은 "중국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의 부실자산 인수,국영기업 민영화,부동산 개발 투자 등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에서 시작해 베트남 인도 필리핀 파키스탄 등을 연결하는 '아시아 금융네트워크' 구축 작업의 하나"라고 말했다.

베트남이 아시아 금융네트워크 형성의 동남아시장 관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