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丙徹 < 브리지랩 대표 bcshin03@naver.com >

소비자들의 브랜드 명품(名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명품이란 무엇인가? 국어 사전엔 '훌륭하여 이름이 난 물품이나 작품'으로 설명돼 있다. 간단히 말하면 훌륭한 제품을 의미한다. 요즘의 기업들은 브랜드 명품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장기적인 고객 확보가 가능하고,경쟁의 소용돌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 제품이나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명품의 조건이 무엇인지 네 가지 차원에서 살펴보자.

첫째 역사성이 있어야 한다. 명품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으며,적어도 수십년 혹은 100년 이상의 역사가 담겨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그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장인(匠人)의 혼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브랜드 개념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명품은 수십,수백년간 고집해온 디자인의 틀이 있고 하나의 개념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디자인 패턴을 오래 유지하지만,고객들은 식상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오래됐기 때문에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명품 브랜드들이 광고를 많이 하지 않아도 고객이 찾는 이유는 바로 브랜드 개념 전달에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브랜드가 기억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달라 보이느냐이다. 다르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보이지 않으면 선택되기 힘들다.

넷째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기능만 제공돼서는 곤란하다. 그 제품을 쓰는 사람의 인성과 이미지가 내포돼 있어야 한다. 명품을 사용함으로써 내 가치가 높아진다는 기분마저 느껴질 수 있어야 한다.

2007 대선을 앞두고 여당에서는 신당창당론,통합신당론 등 정계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잇단 선거 참패로 민심을 잃었다는 판단 아래 서둘러 새단장을 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100년 정당'을 만들자고 소리 높여 외치던 때가 불과 3년 전이다. 100년은커녕 3년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새 정당을 세우려 하고 있다.

요즘 정계개편 상황을 명품 차원에서 살펴본다면 엉터리 수준일 뿐이다. 수십년간 한우물을 고집해 온 명품에 시련이 없었겠는가. 한국 정당은 1945년 한국 민주당 창당 이래 무려 100여개의 정당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남의 나라 얘기지만 미국은 1860년 이래 공화ㆍ민주 양당제가 140년 이상 유지돼 오고 있다.

지금 어렵다고,국민에게 질타 받는다고,불과 3년 만에 헤쳐모여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싸구려 정치'다. 갈등과 시련을 극복하고,진정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장인정신을 갖고,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명품정당,명품정치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