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고려대 현 총장이 이 대학의 차기 총장선거 1단계인 자격적부심사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어 총장은 14일 오후 급하게 마련된 기자회견을 통해 "가까운 지인들과 처장들이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지만 50%의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연임에 도전한 것은 개혁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 총장은 13일 1200여명의 교수 가운데 900여명이 참가한 총장 후보 자격심사 투표에서 9명의 총장 후보자 중 다른 두 명의 후보와 함께 부적격자로 뽑혔다. 교수 한 명이 후보 중 복수의 부적격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네거티브 시스템'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현 총장이 과반수가 넘는 표를 받아 밀려난 것이다.

그런데 어 총장의 탈락은 교내에서보다 오히려 외부에서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통'만 운운하는 노쇠한 이미지의 고대를 국제화시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고대가 국내 사립대학으로는 유일하게 150위를 차지하면서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지지도는 한껏 올라간 상태였다. 어 총장은 재임기간 동안 무려 3500억원의 기부금을 유치했고 전 세계 170여개 대학과 교류관계를 맺으면서 학교의 위상을 진뒤지휘했다.

문제는 '객관적인 공적'에도 불구하고 왜 교수들이 어 총장을 일찌감치 탈락시켰냐는 데 모아진다. 일부에서는 전통적으로 개혁과 변화를 싫어하는 교수들의 '안정제일주의'성향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학 총장이 교내 교수들과 학과장들이 '돌아가면서 나눠먹는'자리라는 국내 대학가의 인식도 한몫 했다는 얘기도 있다.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강조하고 과도하게 개혁을 밀어붙인 어 총장 개인의 성향 탓이라는 비판도 있다.

고려대 내부는 오히려 조용하다. 누가 차기 총장이 되든 학교는 굴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 총장의 이른 탈락이 아쉬운 것은 대학이든 국가든 제도를 통해 리더를 뽑지만 그 '리더십'을 제대로 평가한 후 민심(졸업생 및 재학생)을 반영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