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대통령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관련 정부안을 확정지었다고 한다.

출총제 적용대상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그룹의 2조원 이상 중핵기업으로 축소(縮小)하고 논란이 돼온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한 모양이다.

이번 정부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제시했던 안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예 폐지해야 마땅할 출총제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규제가 도입될 경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마저 경영권이 크게 흔들리는 등 엄청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출총제 적용 대상을 자산규모 2조원이상 중핵기업으로 한정하면 해당 기업 수가 20여개로 줄어든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생색내기용 숫자의 장난에 불과하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사들의 출자규모는 현재 출총제가 적용되는 기업들의 총 출자액 중 80%가량이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규제완화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눈가리고 아웅식 정책이다.

더구나 이들 대상기업들이야말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그나마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펼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기업들 아닌가.

출총제 폐지론이 힘을 얻었던 것은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보자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기업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어떻게 경제 활력을 회복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가 누차 지적해왔듯 출총제는 아무런 전제 조건없이 서둘러 폐지(廢止)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아도 원고(高) 등 어려운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규제까지 덧씌우며 뒷다리를 건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경제는 기업활동의 결과에 따라 판가름난다.

정책당국은 어설픈 사회정의를 주장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인지 현명히 판단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