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전술'을 들고 나온 공정거래위원회로서는 사실상 잃은 게 없습니다."

14일 정부가 확정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안이 알려지자 그동안의 정부 부처 간 논의과정을 지켜봐온 한 재계 인사는 이런 평가를 내렸다.

현행 출총제보다 더 강도가 센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옴으로써 결과적으로 출총제를 사실상 유지하는 성과를 얻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초 2003년 11월 시작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은 현행 출총제의 폐지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올 3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공정위는 "출총제를 대안 없이 폐지하게 되면 대기업에 의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환상형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8월 공식화했다.

재계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공정위는 더욱이 신규 환상형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업집단 내 중핵기업에 대해 출총제를 유지하기로 하는 부처안을 확정하는 등 줄곧 강공 일변도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교수 출신인 권오승 위원장의 개인적인 체면은 상당히 훼손됐다.

수장으로서 공정위의 논리를 설명하기 위해 잇따라 가졌던 외부강연에서 "삼성그룹이 지주회사로 갔으면 좋겠다"는 등 직설화법을 마다하지 않는 바람에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 공무원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가운데 권 위원장 혼자 비난을 감수한 측면이 있다"며 "결국 위원장이 스타일을 구겼지만,공정위가 손해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