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땐 진료기록부터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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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에 사는 70대 A씨는 최근 한 유명 대학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은데 한쪽 눈의 수정체 위치가 잘못돼 그만 눈이 짝짝이가 돼 버렸다. "독서도 하고 멀리 보기도 좋으라고 일부러 짝짝이로 시술하는 경우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70대 노환자는 '의사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말까지 하고 나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환자를 인턴이나 레지던트의 실습대상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며 분개했지만 별 수가 없었다.
이처럼 심심찮게 일어나는 각종 의료사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눈뜨고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시민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권리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의료사고 피해접수가 급증하고 있다. 의료사고가 단순히 생활이 조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평생 불구로 살거나 심한 경우 목숨을 빼앗아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인식 변화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의사의 잘못을 환자가 입증해야 하는 의료법으로 인해 환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원과 의사들의 비협조로 병원의 책임을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원 등 구제창구를 활용하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999년 271건이던 의료사고 피해접수는 2003년 661건,2004년 885건,2005년 1093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8월 말까지 792건이나 접수됐다. 피해구제 안내 등 단순 상담은 지난해에만 1만3400건에 달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보호원이 사실상 유일한 피해구제 창구다. 소보원은 피해상담을 거쳐 환자와 병원 간 합의를 권고한다. 보통 30일가량을 거쳐 합의서가 작성되며 합의권고 대상의 70%가량이 합의를 본다는 게 소보원측 설명. 배상이나 진료비를 일정부분 환불 받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합의와 조정에 실패하면 환자나 가족은 소송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의료소송의 경우 일반소송보다 걸리는 시간이 길어서 평균 26개월이 걸리고 3~5년씩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료진에 잘못이 있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은 모두 환자의 몫이다.
○진료기록 확보하라
우선 자신이 의료사고의 피해자임을 증명하려면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다. 최근 서울고법에서 신생아 사망과 관련,의사와 병원측 과실을 60% 인정한 판결은 의사가 작성한 분만진행기록지와 간호사가 작성한 간호정보조사지 등이 차이가 나 사후에 진료기록이 조작된 점이 드러났고 의사과실이 인정됐기에 가능했다. 법무법인 아주 김선중 대표변호사는 "의료법상 진료기록은 환자가 요청할 경우 복사해주게 돼있으며 진료기록을 내주지 않으면 처벌받게 된다"고 말했다.
의사의 고의성과 과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도 확보해야 한다. 의료사고의 결과만을 가지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식은 안된다. 의료소송은 치료과정을 보고 그 가운데 과실이 있을 때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줬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이 거의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검사,투약,시술 등의 치료를 받기 전에 그 목적과 치료 후의 상태,부작용,예후 등에 대해 담당의사에게 자세히 물어볼 필요가 있다. 또 수술 등 각종 동의서에 서명을 하기 전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궁금한 사항은 담당의사에게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수술 등 각종 동의서 사본 교부가 가능한 만큼 이를 챙겨놓는 것도 필요하다.
변호사 업계에선 의료소송에 승소하더라도 100% 전부 승소는 거의 없는 점도 감안하라고 조언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이해각 의료팀장은 "피해를 본 뒤 병원에서 실력행사를 하는 것은 오히려 업무방해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며 "당시 의료상황에 대해 최대한 많은 설명을 듣고 증거자료를 확보한 후에 소보원 등과 상담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동욱·김현예 기자 kimdw@hankyung.com
이처럼 심심찮게 일어나는 각종 의료사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눈뜨고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시민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권리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의료사고 피해접수가 급증하고 있다. 의료사고가 단순히 생활이 조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평생 불구로 살거나 심한 경우 목숨을 빼앗아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인식 변화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의사의 잘못을 환자가 입증해야 하는 의료법으로 인해 환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원과 의사들의 비협조로 병원의 책임을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원 등 구제창구를 활용하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999년 271건이던 의료사고 피해접수는 2003년 661건,2004년 885건,2005년 1093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8월 말까지 792건이나 접수됐다. 피해구제 안내 등 단순 상담은 지난해에만 1만3400건에 달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보호원이 사실상 유일한 피해구제 창구다. 소보원은 피해상담을 거쳐 환자와 병원 간 합의를 권고한다. 보통 30일가량을 거쳐 합의서가 작성되며 합의권고 대상의 70%가량이 합의를 본다는 게 소보원측 설명. 배상이나 진료비를 일정부분 환불 받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합의와 조정에 실패하면 환자나 가족은 소송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의료소송의 경우 일반소송보다 걸리는 시간이 길어서 평균 26개월이 걸리고 3~5년씩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료진에 잘못이 있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은 모두 환자의 몫이다.
○진료기록 확보하라
우선 자신이 의료사고의 피해자임을 증명하려면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다. 최근 서울고법에서 신생아 사망과 관련,의사와 병원측 과실을 60% 인정한 판결은 의사가 작성한 분만진행기록지와 간호사가 작성한 간호정보조사지 등이 차이가 나 사후에 진료기록이 조작된 점이 드러났고 의사과실이 인정됐기에 가능했다. 법무법인 아주 김선중 대표변호사는 "의료법상 진료기록은 환자가 요청할 경우 복사해주게 돼있으며 진료기록을 내주지 않으면 처벌받게 된다"고 말했다.
의사의 고의성과 과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도 확보해야 한다. 의료사고의 결과만을 가지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식은 안된다. 의료소송은 치료과정을 보고 그 가운데 과실이 있을 때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줬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이 거의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검사,투약,시술 등의 치료를 받기 전에 그 목적과 치료 후의 상태,부작용,예후 등에 대해 담당의사에게 자세히 물어볼 필요가 있다. 또 수술 등 각종 동의서에 서명을 하기 전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궁금한 사항은 담당의사에게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수술 등 각종 동의서 사본 교부가 가능한 만큼 이를 챙겨놓는 것도 필요하다.
변호사 업계에선 의료소송에 승소하더라도 100% 전부 승소는 거의 없는 점도 감안하라고 조언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이해각 의료팀장은 "피해를 본 뒤 병원에서 실력행사를 하는 것은 오히려 업무방해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며 "당시 의료상황에 대해 최대한 많은 설명을 듣고 증거자료를 확보한 후에 소보원 등과 상담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동욱·김현예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