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글로벌 인재포럼] (석학 릴레이 대담) (4) 토머스 코칸 MIT대 교수.이원덕 직업능력 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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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코칸 미국 MIT대 교수는 "근로자의 평생학습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을 의미한다"며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 근로자에게 더 많은 임금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임금산정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적자원과 노사관계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코칸 교수는 지난 8~10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HR포럼 기간 중 이원덕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과 대담을 갖고,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평생 학습의 중요성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사관계 및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식기반 경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탈락하는 계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가운데 기업과 노조,직능단체 등 사회 각 부문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덕 원장=이번 포럼에서 지식기반 경제를 이루기 위한 바탕으로서 건강한 가족과 통합된 지역사회가 필요하다는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토머스 코칸 교수=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하위 그룹을 경제발전 과정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들 모두의 지식과 기술을 향상시켜 이들을 지식기반 경제의 일원으로 포함시킬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혁신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그 누구도 탈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조직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한국도 노동력 수준을 높이고 신기술을 개발해 높은 생산성과 기술력으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다.
노동력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평생학습이다.
그런데 평생학습을 위해서는 정부의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물론 노동계와 교육계가 전 국가적으로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한국이 혁신주도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충분히 능력을 개발하고 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지식정보화 사회가 되고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대기업과 중소기업,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학습 및 훈련기회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코칸 교수=이러한 불평등 문제는 현재 많은 나라가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대두되고 있다.
나는 정부가 매우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회적 안전망 내로 끌어들여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와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정부 혼자서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NGO(비정부기구)나 노동조합과 협력해야만 한다.
미국의 예를 보면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기구가 있다.
이 기구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건강보험과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때로는 정부가 지원금도 준다.
정부의 리더십과 더불어 필요한 것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bottom-up) 형태의 리더십이다.
정부는 노조뿐만 아니라 각종 이익단체와 소수인종 사회로부터 제기되는 요구도 받아들여 뒤처지기 쉬운 계층에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켜 노동시장 내로 끌어들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발전 과정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그 같은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이 원장=한국은 학교 교육 수준은 대단히 높은 나라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 비율이 82%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얻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즉 평생학습이 안 된다는 것이다.
○코칸 교수=다음 세대에는 노조와 직능단체,지역사회 그룹 등이 근로자들에게 평생학습을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
노조는 자신들이 대표하는 노조원의 요구에 의해 평생학습에 나서게 될 것이다.
대학과 협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노조가 투쟁을 지양하고,특히 여성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일종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직업훈련을 받아서 훌륭한 기술을 갖추게 됐다면 기업은 그 사람의 향상된 능력을 활용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 또한 이 같은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이처럼 평생학습을 매개로 한 선순환적 파트너십은 혁신적인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이 원장=단순히 근로자의 역량 개발,인적자원 개발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역량 개발을 할 수 있는 기업 내부의 조직체계나 보상체계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칸 교수=1980년대에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해서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을 많이 따라잡았다.
그 바탕은 '페이 포 스킬즈(Pay for Skills)' '페이 포 날리지(Pay for Knowledge)'라고 불리는 시스템이었다.
근로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투자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체계다.
현재 노사 협상은 근로자들이 회사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는 따지지 않고 단지 적절히 분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이것이 조금 바뀔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계속적으로 교육을 받아 스스로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얼마나 교육을 받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느냐 하는 점이 임금산정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회사의 실적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회사측은 또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생산성 향상과 임금 인상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만 하면 된다.
○이 원장=이와 관련해 미국 기업의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다.
○코칸 교수=항공기 제조회사인 보잉의 사례가 있다.
보잉은 1980년대에 회사와 노조가 자발적으로 일정액을 투자해 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근로자가 어떤 직무를 맡고자 할 때는 그 직무에 적합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대학이나 기술학교를 다녀서 또는 다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을 배우고 습득한 이후라야 특정한 직무를 맡겠다고 지원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었다.
정보통신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보통신노조는 아마도 평생학습을 가장 강조하는 노조 중 하나일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산업의 특성상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평생학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평생학습을 통해 신기술에 계속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이 원장=한국의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도로를 닦거나 기업을 유치하는 일에는 적극적인데 기업 활동의 기본이 되는 인적자원 개발에는 잘 나서지 않는다.
○코칸 교수=가장 어려운 일은 지역의 자치단체장에게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설득시키는 일이다.
기업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이 기업과 노조 등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미국에는 두 가지 좋은 예가 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는 '지역 트레이닝 파트너십'(Regional Training Partnership)'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는 지역 대학과 노조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 이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데 이 합작 프로그램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많은 실직자와 소외 계층인 흑인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얻는다.
또 하나의 아주 재미 있는 사례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앨런타운이다.
앨런타운은 미국에서 전통적인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970~1980년대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앨런타운은 변화가 불가피했다.
앨런타운 지방 정부는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지역 대학과 공대에서 배출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줬다.
또 철강산업에 근무하던 근로자 등 이미 쇠퇴한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부여했다.
지역 대학과 노동계도 이 같은 재교육 프로그램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고 주 정부와 연방정부는 신생 기업들에 보조금도 지원했다.
그 결과 31개 벤처기업이 18억달러를 투자했다.
젊은 사람들이 지역사회를 이끌게 됐고 인구 유출이 줄어들었으며 평균 실업률은 낮아진 반면 소득수준은 다시 높아졌다.
이와 대비되는 사례가 있는데 바로 앨런타운에서 멀지 않은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의 경우다.
처음에 영스타운은 앨런타운과 거의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을 지역 사회로 끌어들이지 못했고 지역발전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철강과 무관한 기업들은 배제시켰다.
그 결과 여전히 소득 수준이 낮고 지역 경제가 침체된 채로 남아 있다.
○이 원장=대한민국의 여성은 대단히 유능하다.
웬만한 국가고시의 수석은 이제 모두 여성들이 차지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다.
특히 고위직·관리직 여성은 대단히 적다.
○코칸 교수=한국에서 막대한 양의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미국의 패밀리센터(보육센터)와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
오늘날 일하는 여성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하는 여성들이 직장에서는 유능한 근로자이면서 가정에서는 자상한 어머니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문제는 개별 기업은 그러한 시설을 만들 만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해서 사회 여러 부문이 함께 하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뉴욕 지역의 한 병원에서 실시한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 병원은 종업원의 70%가량이 여성인데 이들 중 대부분은 어머니,특히 낮은 임금에 어려운 가정 상황에 놓여 있는 편모 가정의 어머니다.
이들은 직업 교육뿐만 아니라 보육 프로그램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이 병원은 어머니가 교육에 참여하는 동안 어린 아이들은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체육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뉴욕의 예지만 다른 도시도 배워야 할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원장=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부문이 일종의 사회적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
특히 노사가 인적자원 개발과 관련해 일종의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노사는 임금 인상과 같은 분배 문제를 주된 아젠다로 삼고 있다.
이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서로 대립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다.
인적자원 개발에서 노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코칸 교수=인적자원 개발에 있어서도 협력적인 노사관계는 필수적이다.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매우 다양한 사회적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노조는 물론 NGO와 특정한 계층을 대변하는 많은 그룹들,예를 들면 여성단체나 이민자 단체 등이 떠오르고 있다.
그들 모두가 평생학습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
이 많은 그룹들이 모든 분야에서 합의를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공동의 이해관계 위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야는 분명히 있다.
교육과 직업능력 개발에 관한 것이 그 중 하나라고 믿는다.
정부의 역할은 이들 그룹이 서로 협력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며 이들 간에 어떤 협의체가 구성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토머스 코칸 교수는... ]
토머스 코칸 교수는 MIT대 경영대학원인 슬로안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는 인적자원 관리와 노사관계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MIT대 교수 중 대표적인 지한파로 분류되며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해 분배 리더십(Distributive Leadership)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성균관대가 슬로안스쿨과 함께 만든 MBA 과정에서도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코칸 교수는 일본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들이 재정담당자들만큼 많은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에 주목,인적 자원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경영자는 회사를 경영하고 노동자는 고통을 받는 식의 적대적인 노사관계 모델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노사관계 속에서는 교육이나 훈련,인적자원 개발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의 기업 환경에서는 인적 자원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그 기업의 재정을 관리하는 문제 이상으로 중요해졌다는 것이 코칸 교수의 지적이다.
기업의 경쟁전략을 세울 때도 노사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덩어리가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코칸 교수의 지론이다.
그의 대표적 이론인 '전략적 선택이론'이 담긴 저서 '미국 노사관계의 전환'은 노사관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교과서로 통한다.
슬로안스쿨 직업고용연구소장과 MIT대 인력관리센터 소장도 겸임하고 있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인적자원과 노사관계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코칸 교수는 지난 8~10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HR포럼 기간 중 이원덕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과 대담을 갖고,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평생 학습의 중요성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사관계 및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식기반 경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탈락하는 계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가운데 기업과 노조,직능단체 등 사회 각 부문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덕 원장=이번 포럼에서 지식기반 경제를 이루기 위한 바탕으로서 건강한 가족과 통합된 지역사회가 필요하다는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토머스 코칸 교수=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하위 그룹을 경제발전 과정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들 모두의 지식과 기술을 향상시켜 이들을 지식기반 경제의 일원으로 포함시킬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혁신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그 누구도 탈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조직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한국도 노동력 수준을 높이고 신기술을 개발해 높은 생산성과 기술력으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다.
노동력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평생학습이다.
그런데 평생학습을 위해서는 정부의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물론 노동계와 교육계가 전 국가적으로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한국이 혁신주도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충분히 능력을 개발하고 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지식정보화 사회가 되고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대기업과 중소기업,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학습 및 훈련기회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코칸 교수=이러한 불평등 문제는 현재 많은 나라가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대두되고 있다.
나는 정부가 매우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회적 안전망 내로 끌어들여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와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정부 혼자서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NGO(비정부기구)나 노동조합과 협력해야만 한다.
미국의 예를 보면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기구가 있다.
이 기구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건강보험과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때로는 정부가 지원금도 준다.
정부의 리더십과 더불어 필요한 것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bottom-up) 형태의 리더십이다.
정부는 노조뿐만 아니라 각종 이익단체와 소수인종 사회로부터 제기되는 요구도 받아들여 뒤처지기 쉬운 계층에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켜 노동시장 내로 끌어들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발전 과정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그 같은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이 원장=한국은 학교 교육 수준은 대단히 높은 나라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 비율이 82%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얻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즉 평생학습이 안 된다는 것이다.
○코칸 교수=다음 세대에는 노조와 직능단체,지역사회 그룹 등이 근로자들에게 평생학습을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
노조는 자신들이 대표하는 노조원의 요구에 의해 평생학습에 나서게 될 것이다.
대학과 협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노조가 투쟁을 지양하고,특히 여성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일종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직업훈련을 받아서 훌륭한 기술을 갖추게 됐다면 기업은 그 사람의 향상된 능력을 활용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 또한 이 같은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이처럼 평생학습을 매개로 한 선순환적 파트너십은 혁신적인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이 원장=단순히 근로자의 역량 개발,인적자원 개발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역량 개발을 할 수 있는 기업 내부의 조직체계나 보상체계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칸 교수=1980년대에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해서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을 많이 따라잡았다.
그 바탕은 '페이 포 스킬즈(Pay for Skills)' '페이 포 날리지(Pay for Knowledge)'라고 불리는 시스템이었다.
근로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투자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체계다.
현재 노사 협상은 근로자들이 회사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는 따지지 않고 단지 적절히 분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이것이 조금 바뀔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계속적으로 교육을 받아 스스로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얼마나 교육을 받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느냐 하는 점이 임금산정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회사의 실적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회사측은 또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생산성 향상과 임금 인상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만 하면 된다.
○이 원장=이와 관련해 미국 기업의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다.
○코칸 교수=항공기 제조회사인 보잉의 사례가 있다.
보잉은 1980년대에 회사와 노조가 자발적으로 일정액을 투자해 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근로자가 어떤 직무를 맡고자 할 때는 그 직무에 적합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대학이나 기술학교를 다녀서 또는 다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을 배우고 습득한 이후라야 특정한 직무를 맡겠다고 지원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었다.
정보통신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보통신노조는 아마도 평생학습을 가장 강조하는 노조 중 하나일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산업의 특성상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평생학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평생학습을 통해 신기술에 계속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이 원장=한국의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도로를 닦거나 기업을 유치하는 일에는 적극적인데 기업 활동의 기본이 되는 인적자원 개발에는 잘 나서지 않는다.
○코칸 교수=가장 어려운 일은 지역의 자치단체장에게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설득시키는 일이다.
기업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이 기업과 노조 등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미국에는 두 가지 좋은 예가 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는 '지역 트레이닝 파트너십'(Regional Training Partnership)'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는 지역 대학과 노조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 이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데 이 합작 프로그램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많은 실직자와 소외 계층인 흑인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얻는다.
또 하나의 아주 재미 있는 사례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앨런타운이다.
앨런타운은 미국에서 전통적인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970~1980년대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앨런타운은 변화가 불가피했다.
앨런타운 지방 정부는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지역 대학과 공대에서 배출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줬다.
또 철강산업에 근무하던 근로자 등 이미 쇠퇴한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부여했다.
지역 대학과 노동계도 이 같은 재교육 프로그램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고 주 정부와 연방정부는 신생 기업들에 보조금도 지원했다.
그 결과 31개 벤처기업이 18억달러를 투자했다.
젊은 사람들이 지역사회를 이끌게 됐고 인구 유출이 줄어들었으며 평균 실업률은 낮아진 반면 소득수준은 다시 높아졌다.
이와 대비되는 사례가 있는데 바로 앨런타운에서 멀지 않은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의 경우다.
처음에 영스타운은 앨런타운과 거의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을 지역 사회로 끌어들이지 못했고 지역발전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철강과 무관한 기업들은 배제시켰다.
그 결과 여전히 소득 수준이 낮고 지역 경제가 침체된 채로 남아 있다.
○이 원장=대한민국의 여성은 대단히 유능하다.
웬만한 국가고시의 수석은 이제 모두 여성들이 차지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다.
특히 고위직·관리직 여성은 대단히 적다.
○코칸 교수=한국에서 막대한 양의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미국의 패밀리센터(보육센터)와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
오늘날 일하는 여성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하는 여성들이 직장에서는 유능한 근로자이면서 가정에서는 자상한 어머니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문제는 개별 기업은 그러한 시설을 만들 만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해서 사회 여러 부문이 함께 하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뉴욕 지역의 한 병원에서 실시한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 병원은 종업원의 70%가량이 여성인데 이들 중 대부분은 어머니,특히 낮은 임금에 어려운 가정 상황에 놓여 있는 편모 가정의 어머니다.
이들은 직업 교육뿐만 아니라 보육 프로그램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이 병원은 어머니가 교육에 참여하는 동안 어린 아이들은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체육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뉴욕의 예지만 다른 도시도 배워야 할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원장=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부문이 일종의 사회적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
특히 노사가 인적자원 개발과 관련해 일종의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노사는 임금 인상과 같은 분배 문제를 주된 아젠다로 삼고 있다.
이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서로 대립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다.
인적자원 개발에서 노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코칸 교수=인적자원 개발에 있어서도 협력적인 노사관계는 필수적이다.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매우 다양한 사회적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노조는 물론 NGO와 특정한 계층을 대변하는 많은 그룹들,예를 들면 여성단체나 이민자 단체 등이 떠오르고 있다.
그들 모두가 평생학습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
이 많은 그룹들이 모든 분야에서 합의를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공동의 이해관계 위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야는 분명히 있다.
교육과 직업능력 개발에 관한 것이 그 중 하나라고 믿는다.
정부의 역할은 이들 그룹이 서로 협력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며 이들 간에 어떤 협의체가 구성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토머스 코칸 교수는... ]
토머스 코칸 교수는 MIT대 경영대학원인 슬로안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는 인적자원 관리와 노사관계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MIT대 교수 중 대표적인 지한파로 분류되며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해 분배 리더십(Distributive Leadership)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성균관대가 슬로안스쿨과 함께 만든 MBA 과정에서도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코칸 교수는 일본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들이 재정담당자들만큼 많은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에 주목,인적 자원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경영자는 회사를 경영하고 노동자는 고통을 받는 식의 적대적인 노사관계 모델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노사관계 속에서는 교육이나 훈련,인적자원 개발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의 기업 환경에서는 인적 자원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그 기업의 재정을 관리하는 문제 이상으로 중요해졌다는 것이 코칸 교수의 지적이다.
기업의 경쟁전략을 세울 때도 노사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덩어리가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코칸 교수의 지론이다.
그의 대표적 이론인 '전략적 선택이론'이 담긴 저서 '미국 노사관계의 전환'은 노사관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교과서로 통한다.
슬로안스쿨 직업고용연구소장과 MIT대 인력관리센터 소장도 겸임하고 있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