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베트남은 세계 경제 안으로 들어와 국제 질서를 존중하는 국가로서 그들을 보여줄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나 최근 일어나고 있는 두 가지 법정 문제에서 알 수 있듯 베트남의 법률 체제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7일 WTO의 일반이사회는 베트남을 150번째 회원국으로 승인했다. 이번주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21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가 지도자들이 14번째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집결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베트남을 진정으로 WTO 국가로 인정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베트남에서 공산주의 체제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베트남계 미국인인 '통 응웬 포시'의 계속된 구금 문제가 양국 관계를 냉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포시는 베트남 정부에 반대하는 자유 단체의 활동가다. 국제 사회와 미국 등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포시는 14개월여 동안 재판 없이 베트남에 억류돼 있는 상태다.

이 사건은 미국 의회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플로리다 상원의원인 멜 마르티네즈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베트남과 '항구적 정상 무역관계'(PNTR)를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미국 의회가 PNTR를 처리한다 하더라도 포시 문제는 여전히 베트남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포시가 설령 반정부 시위를 했을지라도 대부분의 국가는 그것을 범죄로 처리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녀를 베트남에서 추방하는 것이 오랫동안 구금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베트남의 법률 체제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또 하나의 사건은 네덜란계 은행 ABN암로 문제다. 이 은행의 직원 2명은 지난 3월 이래 구금돼 있다. 이들은 베트남의 국영 산업통상은행과 외환거래를 하면서 540만달러의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베트남경찰은 ABN암로와 외환 거래를 한 산업통상은행 직원들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고 ABN암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거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ABN암로측이 손실분을 지불할 경우 형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베트남의 중앙집권적 경제 정책의 잔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는 부패 정치로 수입을 쌓았다면 요즘엔 외국 기업들이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시장의 원칙에 어긋난다. 베트남의 법은 외국 파트너들에게 수익을 뽑아내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베트남 총리가 직접 이달 초 ABN암로에 노골적으로 배상금 540만달러를 내라고 말하면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포시와 ABN암로 사건과 같이 베트남의 법 집행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들은 외국 기업가들의 베트남 투자를 꺼리게 만들 것이다. WTO 승인과 APEC 회의 등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기업 활동을 하기 어려운 국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국방대학교의 정치학과 교수인 칼라일 테이어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Vietnam's Rent-Seekers'란 제목으로 쓴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