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둘러싸고 다국적 제약사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영국과 미국을 각각 대표하는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과 MSD가 그 주인공.두 회사는 7∼8년 전부터 개발해온 인유두종바이러스(HPV) 16형과 18형 예방 백신을 곧 세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HPV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100여 종이 넘는 매우 흔한 바이러스이다.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HPV 중에서 특히 이 두 가지 유형은 여성들을 괴롭히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첫 번째,두 번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GSK가 내놓은 HPV 예방 후보 백신은 '서바릭스'.GSK는 전 세계 각종 백신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백신 강자로 군림해온 다국적 제약사답게 제품의 품질과 효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현재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에 신약 허가 신청을 내놓은 상태로 아직 정식 승인을 받지는 못했지만,광범위한 임상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산부인과 의사들을 공략하고 있다. GSK는 내년 3월께는 시판 허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K가 자랑하는 서바릭스의 장점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예방효과다.

세 차례에 걸쳐 이 백신을 접종 받으면 4년5개월간은 주요 HPV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게 GSK 측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15∼25세의 저연령층 여성뿐 아니라 26∼55세의 고연령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도 이들의 주요 HP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GSK는 덧붙였다.

이에 맞서 MSD는 자사의 HPV 예방 백신 '가다실'이 지난 6월 일찌감치 세계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누가 뭐래도 선두주자라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최근 미국 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350달러에 이르는 가다실 접종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으로부터 가다실의 효능과 안전성뿐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MSD는 세계 최대의 HPV 예방 백신 시장인 미국을 거점으로 전 세계 시장을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장외경쟁'도 치열하다.

두 회사는 지난 6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산부인과학회(FIGO)에 주요 스폰서로 나섰다.

백신 발매에 앞서 약 처방권을 쥐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이 행사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무려 8000여명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참여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