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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일은 대충"…재택 중 부업으로 '3000만원' 챙긴 팀장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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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재택하면서 부수입 3000만원 번 직원
    회사 "고연봉에도 업무 소흘…6000만원 배상" 소송
    1심 "그간 받은 급여 2500만원 배상" 판단
    2심은 "겸직 위반이지만 손해 불분명" 뒤집어
    전문가 "늘어나는 N잡…생산성 단속 중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팀장급 직원이 재택근무를 이용해 부업을 하면서 3200만 원의 부수입을 올렸다면 '겸업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부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와 구체적인 손해액, 생산성 저하 등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봤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1-3민사부는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기업 A사가 디자이너 B씨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1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 부업으로 3200만원 벌어..."회사 업무는 소흘"

    디자이너 B씨는 2022년 4월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기업인 A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월 급여는 500만원이었다. 근로계약서에는 '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곳(경업)은 물론, 경쟁 관계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업자를 위해 일하는 것(겸업)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겸직을 하려면 사전에 고지하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B씨는 입사 약 4개월 만인 2022년 8월 돌연 퇴사 의사를 밝혔다. 사유는 "가족의 건강 문제로 간호가 필요해 프리랜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6개월만인 그해 10월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A사는 나중에 B씨가 재직 기간 중 다른 업체들을 위해 몰래 일해온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 업체로부터 받은 용역 대금만 총 3259만원에 달했다. 특정 달에는 본인 월급(500만 원)에 육박하는 350만 원의 용역비를 챙겼다.

    분노한 A사는 "UX/UI 전반의 업무를 총괄하는 유일한 디자이너면서 회사 플랫폼 성격에 맞지 않는 형식적인 디자인을 적용하는 바람에 고객사로부터 콘텐츠 삭제를 요청 받고 사업 관계를 단절당하는 등 플랫폼 사업 모델까지 변경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수가 잦았고 정해진 기한을 맞추지 못해 생산성이 떨어졌다"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3000만원과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3000만원 등 총 6000만원을 청구했다.

    이에 B씨는 "회사의 겸업 금지 조항이 경쟁관계가 아닌 회사까지 광범위해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 "겸직금지 의무는 위반...손해배상은 안돼"

    법원은 B씨가 겸직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수령한 급여가 적지 않고 재택근무를 보장받은 데다, 승인을 받으면 겸직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이어 "근로계약 존속 중 용역대금을 받은 사실에 비춰보면 다른 회사를 위해 일한 것이므로 겸업금지 위반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B씨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이었다. 1심 재판부는 구체적 손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6개월 가량 근로하면서 500만원의 월급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손해를 2500만원으로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달랐다. 재판부는 "협력사들이 콘텐츠 삭제를 요청한 게 B씨의 업무상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업무 과정에서의 기한 지연 및 실수를 그 자체로 회사의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업 중 수행한 업무의 종류, 내용, 근로시간 등에 관해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겸업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청구도 기각했다. 법원은 "정신적 고통을 느낄 수 없는 법인의 위자료 청구는 허용되지 않으며, B씨의 겸업행위로 사회적 명성이나 신용이 훼손되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최근 'N잡러'가 늘어나면서 겸업 논란이 잦아지고 있다"며 "근로자가 겸업 금지 계약을 어기고 몰래 부수입을 올린 사실이 명백해도 곧바로 회사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배상을 받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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