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열린 글로벌 인적자원 포럼 마지막 날 이 포럼에 대한 평가와 과제,향후 비전 등을 놓고 좌담회를 가졌다.

이동우 한국경제신문 편집부국장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이번 포럼의 공동 주최측인 교육인적자원부를 대표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 참여한 김광조 교육부 차관보와 행사 사무국 역할을 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원덕 원장,손병두 서강대학교 총장,김영길 한동대학교 총장이 참석했다.


[ 사회 = 이동우 한경편집국 부국장 ]

○사회(이동우 부국장)=두 총장님은 3일간 개근하시면서 열성적으로 포럼에 참여하셨는데 포럼의 내용과 진행 등 전반적인 평가를 좀 해 주시죠.

○손병두 총장=흔히들 21세기를 지식기반 사회라고 하지만 실제로 '누가''무엇을''어떻게'에 있어서는 본격적인 논의가 부족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포럼이 그런 궁금증을 싹 날려 버렸습니다.

'인재'라는 구체적인 화두를 세계에 던진 것이 이번 포럼의 가장 큰 성과라고 봅니다. 대학 경영을 맡은 저로선 3일 내내 대학 운영의 금과옥조 같은 이야기를 빽빽이 메모했습니다.

한마디로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영길 총장=한동대학교에서도 예전부터 인재의 글로벌화에 대학의 사활을 걸고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미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힘들어진 지 오래인데 대학은 이제 막 발을 맞추는 수준 아닙니까? 그런 가운데 '인재가 미래다'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린다니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3일간 모든 세션에 참여한 것도 대학 운영의 힌트를 찾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면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몇 배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번 가을에 신문사 등 여러 기관에서 국제 포럼을 많이 열었고 많이 초청받아 가 보았는데 이번 포럼이 가장 구체적이고 실용적이고 유익한 포럼이었습니다. 미처 참석하지 못한 지방의 기업들, 대학 운영자들,교수들에게도 이번 포럼 자료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인재포럼의 공동 주최자로서 이 포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십니까. 이번 행사의 성과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이원덕 원장=첫회이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정책 담당자,기업,국제 기구 등 인적자원 개발과 운용에 관련된 네 당사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런 방법적 시도가 세계적으로도 최초라는 이야기를 해외 참석자들로부터 여러 번 들었습니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글로벌 포럼으로서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인재 양성에 대한 각 분야의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의 단초를 만들자는 우리의 목적이 100% 달성됐다고 봅니다.

'사람'을 통해 지구촌의 희망을 키워 나가자는 공감대가 이번 포럼을 통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광조 차관보=이번 포럼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시도여서 준비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진작 이런 자리가 있어야 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하나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이 세계를 향한 메신저,발신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시점에 한국이 세계를 향해 '글로벌 인재 육성을 통해 지구촌의 공동 번영을 추진하자'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대단히 시의적절했다고 봅니다. 한국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인재 '허브' 국가로 서겠다는 다짐을 한 자리이기도 했고요.

○사회=이번 포럼을 통해 가장 인상적인 내용이나 메시지가 어떤 것이었는지 말씀해 주시죠.내년 포럼에 발전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차관보=정책 담당자로서 귀담아 들었던 것은 덴마크 교육부 장관이 소개한 평생학습 복지 모델이었습니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덴마크 장관은 이번 포럼에서 연금 지급을 뒤로 미루는 대신 연금의 일부를 평생 교육에 투자,생산성을 높이고 삶의 만족도도 높이는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매우 새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생산성과 복지라는 두 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정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 총장=교육 공급자인 대학의 입장에서 수요자 중심 교육은 최근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업 담당자들이 직접 참여해 산학 협력의 문제와 성과 등에 대해 논의한 것은 무척 유용했습니다.

대학 운영에 실제 적용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기업과의 협력 관계도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김 총장=포럼 하나 하나의 내용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후쿠야마나 오마에 겐이치 같은 명사들을 직접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세계적 지식인이 빨리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외 연사들이 한국 자료를 많이 인용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지식의 글로벌화라는 것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매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기를 고대합니다.

○사회=올해 포럼 출범이 나름대로 의미 있고 평가가 좋게 나오는 만큼 내년 포럼은 이번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과 부담감이 한층 커졌습니다.

○이 원장=올해는 글로벌 인재 육성이라는 담론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올해 나온 논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손 총장=대학 입장에서는 늘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가 궁금합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학생,학부모 단체,교사 단체 등 실질적인 교육 참여자들의 논의도 이뤄지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세계 유명 대학의 총장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를 포럼에서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요.

○김 총장=내년에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연사들이 초청됐으면 합니다.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으로부터 고민과 성공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사회=내년 포럼의 구체적인 세션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이 원장=아직 인재 양성의 사각 지대로 남아 있는 중소기업 문제를 다뤄 볼 수 있을 것이고 지역인재 육성과 지방 대학의 발전에 대해 얘기해 보는 것도 중요한 테마가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재 양성을 통한 노사 상생에 대해 꼭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노사 관계가 분배 중심에서 인적자원 개발 중심으로 옮겨가면 갈등 구조가 상생의 선순환 구조로 바뀔 것으로 확신합니다. 내년엔 노동 단체의 참여도 제안해 볼 생각입니다.

○김 차관보=정책 담당자로서 자원과 비용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배분할 것인가 논의해 볼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결국 기업 국가 개인 모두에게 두 배로 돌아옵니다.

다만 인재 개발 비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비용 투입의 우선 순위는 어떠해야 하는가와 같은 보다 까다로운 문제도 언젠가 다뤄야 합니다.

○김 총장=교육자 입장에선 인재의 실용적 측면뿐만 아니라 내적인 측면을 다뤄 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윤리적인 마인드와 예절 바른 대화 방식 등을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화될수록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엔론 사태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비즈니스뿐 아니라 국제법이나 사회적인 기여와 기업 경영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도 한 번 다뤄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손 총장=동의합니다.

인성 교육의 비중을 높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논리적 사고를 주재하는 좌뇌 중심에서 상상력과 인문학을 뜻하는 우뇌 중심으로 교육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리=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