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의 전통적인 대중 원융(圓融·온갖 법의 이치가 융화함) 살림을 회복하고 이를 사회로 확산시키겠습니다."

오는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74)이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사회 전체의 개인주의화 경향과 함께 상당 부분 훼손된 승가의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 종풍을 진작하겠다는 뜻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중 합의에 의한 원융 살림,대중 앞에서 잘못을 참회하는 수행법인 자자와 포살(自恣·布薩) 등을 통한 수행 승가의 전통이 굳건하게 유지됐습니다.

'승가'는 말 그대로 '대중' 그 자체입니다.

모든 스님들이 대중 속에서 출생하고 성숙하며 열반할 수 있도록 수행을 진작하고 대중 원융 살림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해요."

지관 스님은 이를 위해 대중공의제의 기반인 포살과 자자를 정례화하고 스님은 물론 신자들도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중회의인 대중공사제도를 회복하고 사찰의 소유 농지를 복원해 자급자족의 전통을 일부라도 복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불교의 대중공의 전통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정법 공화제의 모델입니다.

이는 좌우와 진보·보수가 갈등하는 한국 사회는 물론 인류를 위해서도 아주 좋은 처방이 될 수 있어요.

이를 위해 각종 문제에 대해 불교적 견해를 모으는 대중사회포럼,남북화해포럼,지구촌포럼 등을 상설 운영할 계획입니다."

지관 스님은 최근 일부 사찰에서 불거진 비리 의혹과 종단 선거 풍토 문제 등에 대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 구성 단위의 대중공의가 살아나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며 교단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근본을 바로 세우겠다는 지관 총무원장의 계획이 얼마나 실현될지 주목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