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커피빈과 같은 외국계 틈바구니에서 2위(매장 수 기준)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어떤 시장에 나가도 살아남을 능력이 있는 것 아닌가요?"

스타벅스보다 1년 앞선 1998년 첫선을 보인 '토종' 커피 브랜드 '할리스커피'가 다음 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다만사라 지역에 1호점을 낸다.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만난 정수연 대표(42)는 "한국에서 성공한 것만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흥행 보증 수표인 셈"이라고 자신했다.

"'미국문화를 마신다.' 이게 스타벅스의 마케팅 전략이듯,쿠알라룸푸르에서는 '할리스커피를 마시면 한류를 마신다'는 말이 나오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식혜와 수정과를 고급화해 메뉴로 내놓을 것입니다."

'별다방(스타벅스)','콩다방(커피빈)' 등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던 '할리스커피'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04년 1월 정 대표가 부임할 당시 매장 수는 30개에도 못 미쳤고 그나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곳이 수두룩했다.

"스타벅스 '아류'를 못 벗어난 게 문제였죠.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해야겠다는 판단이 서더군요." '아이오떼'라는 요거트 셰이크와 '고구마 라떼','고구마 마끼아또' 등과 같은 메뉴들은 이런 고민의 결과였다.

덕분에 매장 수는 작년 말 52개를 넘었고 올 11월에는 80개로 커피빈을 앞질렀다.

개설 예정 가맹점까지 포함하면 연말에는 95개에 달할 전망이다.

첫 해외 진출 지역으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것에 대해 정 대표는 "쿠알라룸푸르의 생활 수준이 서울 못지 않은 데다 KFC 매장이 350여개에 이를 정도로 서구형 식생활에 개방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도 이 나라에 각각 50개와 30개가량의 점포를 내고 있다.

정 대표는 "우선 '한국에서 온 커피문화'를 알리기 위해 한류 스타의 사진으로 인테리어를 꾸미는 등 이곳에 불고 있는 한류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동양인의 입맛에 맞는 커피맛이 강점인 만큼 스타벅스와 같은 값에 팔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스타벅스 대비 10%가량 저렴하다.

말레이시아 시장 안착을 지켜본 뒤 내년 말께에는 다른 시장도 노크해볼 작정이다.

"이번 말레이시아 진출은 외식 캐터링 전문 업체인 태진그룹에 로열티(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총판권을 넘긴 형태지만 중국과 싱가포르에는 직접 진출해볼 생각입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