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무덤인가?

미국의 '빅3'를 비롯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으로 잇따른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CEO들의 목숨도 '파리목숨'이 되고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한국 등 외국산 자동차들의 시장 잠식으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는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GM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3' 업체 현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5개월에 불과하다.

또 생산량 기준 세계 상위 10개 자동차 업체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3년8개월이다.

이는 최근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 4년보다 2개월가량 짧은 것이다.

그러나 상위 10개 업체 중 도요타의 조 후지오 CEO(7년4개월)와 푸조 시트로앵의 장 마르탱 폴츠 CEO(10년6개월) 등 예외적으로 장수하는 두명의 CEO를 제외할 경우 상위 8개사 CEO의 평균 재임기간은 29개월로 2년 반도 채 안된다.

푸조의 폴츠 CEO는 그나마 내년 1월 물러날 예정이다.

자동차 업체 최고경영자가 '단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실적 부진 때문이다.

도요타를 비롯 일본 업체는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전통적인 미국과 유럽의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주주와 감독당국의 발언권이 세진 것도 CEO의 중도 탈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9월 자리에서 물러난 포드의 빌 포드는 비록 자발적으로 그만두기는 했지만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로부터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7일 사임 의사를 밝힌 폭스바겐의 베른트 피셰츠리더 CEO의 경우 불과 6개월 전 이사회가 2012년 4월까지 현 자리를 보장키로 결의했으나 올 연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회사측은 사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직원 2만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