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가 예상대로 민주당 승리,공화당 패배로 끝났다.

끝모를 수렁으로 빠진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그에 따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승패를 갈랐다.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집권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대통령의 정책이 의회에서 잘 관철되지 않는 것)현상은 가속되고 차기 대선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승패 가른 이라크전

이라크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등을 돌렸다.

ABC 방송 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CBS 방송 조사에서도 57%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밝혀 이라크 전쟁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민심은 이라크에서의 조기철군을 주장한 민주당에 반사 이익을 가져다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40%를 훨씬 밑돈 부시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도 공화당 후보들에겐 불리하게 작용했다.

투표 전날 플로리다 주지사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지원 유세를 고의로 회피할 정도였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라고 규정해 재미를 봤다.

여기에 12년 동안 공화당이 의회권력을 장악하면서 터진 각종 부패 스캔들도 영향을 미쳤다.

'로비계의 황제'인 잭 아브라모프 로비스캔들과 톰 딜레이 전 하원 원내대표 비리 의혹 등은 유권자들에게 '바꿔 열풍'을 몰고 왔다.

◆각종 정책에 미칠 영향

당장 행정부의 정책이 바꿔지기는 어렵겠지만 공화당의 일방주의엔 제동이 걸리게 됐다.

우선 이라크전에 대해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공약대로 미군의 조기철군과 철군시간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며 행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 정책 중에선 재정정책과 무역정책에 어느 정도 변화가 올 전망이다.

민주당이 감세(減稅)정책에 반대해온 점을 감안하면 추가 감세를 위한 입법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는 재정수지 건전화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중소기업과 노동자 보호를 이유로 보호무역을 선호해 왔다.

그런 만큼 의회에서 각종 보호무역관련 법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엔 한계가 분명해 미국 경제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막오른 2008년 대선

2008년 대선을 향한 레이스는 본격화하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대선주자로 꼽히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및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나름대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힐러리 의원은 2945만달러(약 280억원)의 선거자금을 뿌리고 압도적인 지지율을 끌어내는 등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단단히 했다.

이들과 잠재적 대선주자들은 물론 공화·민주당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여 대선전은 갈수록 불을 뿜을 전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