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39)는 최근 쏘나타 F24(기본형,자동)를 뽑는데 2800만원을 썼다. "차값이 왜 이리 비싸냐"던 김씨에게 영업사원은 "실제 차값은 2049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얘기인즉슨 이랬다. 공장도가격은 2049만원이지만 특별소비세 205만원,교육세 61만원,부가가치세 231만원이 더해져 출고가는 2547만원이다. 여기에 등록세 116만원,취득세 46만원,지하철공채 할인 92만원 등 등록시 254만원이 든다. 세금만 무려 751만원을 낸 것. 또 차를 몰면서 자동차세와 교육세를 내야하며 휘발유를 넣으려면 유류특소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차를 모는 죄(?)로 12가지 세금을 무는 현행 세제에 대해 그동안 국내 자동차업계와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특소세 하나만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만성적인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세제를 선뜻 개편할 리는 만무했다.

이런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계기로 세제를 고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지난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개편을 미국의 관세 철폐와 연계해 검토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결국 득실을 따져봐야 될 것 같다"고 말해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일부에선 한·미 FTA가 일방적으로 미국의 개방 압력을 수용하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FTA가 우리 경제를 개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좋은 예가 자동차 세제다. 불합리하지만 정부가 스스로 못 풀던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바꾸게 된 것.

이처럼 한·미 FTA의 혜택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경쟁력있는 생산자에게 돌아간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필요없는 규제를 없애고 경제·사회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이 한·미 FTA의 가장 큰 목적"이라며 "FTA로 가장 피해를 보는 이가 규제권을 쥔 공무원이란 말도 있다"고 전했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