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7일 법사위에 다시 상정됐지만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법사위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비정규직 및 파견직 근로자의 업무범위와 사용연한을 규정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상정했으나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처리에 난색을 표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비정규직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기존 당론에는 변화가 없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는 게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특히 오는 1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려면 민노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정치적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회의에 앞서 민노당은 의원단 총회를 열고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함께 비정규직 관련법을 강행처리할 경우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안은 물론 정기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모든 법안에 반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비정규직 법안 상정이 한나라당의 '음모'라고 주장,여야 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한나라당의 반대로 법사위에 회부조차 되고 있지 못한 법안이 200개에 달한다"며 "민노당이 반대하는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따로 떼어내 상정하는 것은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사이를 이간질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한 마당에 국회에 제출된 지 2년이 넘는 법안의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 "과도하게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오늘 중으로 처리하자"고 반박했다.

여야 간의 논쟁으로 파행이 거듭되자 법사위는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논의를 20일 전체회의로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민노당이 배수진을 치고 강력 반대하고 있는데다 민노당의 협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여당의 처지를 고려할 때 올 정기국회 회기 안에 법안처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경우 내년 1월로 다가온 법 시행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