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한계에 부딪친 전통의 식음료 업체 빙그레가 국내 기업 M&A(인수합병)를 제쳐두고 대신 해외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매출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에서 수년간 M&A 물건을 찾았으나 마땅한 게 없어 이 계획을 접었다"며 "대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동남아 시장엔 네슬레 유니레버 등 다국적 식음료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데,빙과 부문에선 빙그레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 유휴설비를 내보내 현지에 라인을 깔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해외 시장 직접 진출과 함께 현지 업체와 교차생산을 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다시 말해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호주 및 뉴질랜드 업체와 제품을 교차생산하는 것이다.

빙과부문은 일손이 비는 겨울에 이들 지역에 팔 제품을 현지 업체 대신 생산해 납품해 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본제휴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올해 사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고,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며 "해외사업이 빙그레의 미래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빙그레의 해외 사업은 러시아에 연간 1000만달러어치의 스낵류와 미국에 바나나맛우유를 월 1억원어치 수출하는 게 전부다.

빙그레가 해외 사업을 불황 타개를 위한 승부수로 던진 것은 내수시장 침체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회장은 "출산율이 줄어들고 웰빙으로 식문화가 급변하면서 식음료업체가 외형을 키우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분유업체가 1차로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5~10년 지나면 식음료업체 전체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빙그레는 영업이익률이 9%대로 식음료업체 가운데 수익력이 높은 곳으로 꼽히지만,최근 3년간 매출이 5000억~5600억원 대에 머무르는 등 성장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